이 책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스탠퍼드대학의 초대 총장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작가가 삶의 의미를 잃고 지독한 어둠으로 빠져들던 시기에 그를 알게 되고 그에게 집착하며 그의 삶을 파헤친다.
원래 덕후가 무서운 건 무엇보다 그 대상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있다는 점이다. 그럼 덕후들은 어떻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을까? 바로 광기에 가까운 집착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작가도 똑같다. 혼돈 속에서 어떻게든 질서를 되찾으려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파고 파고 또 파고 들다보니 결국 그의 민낯을 알게되고 결국 그가 했던 모든 것들을 뒤엎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사랑하던 남자와의 오랜 연애 중 자신의 실수로 그와의 이별을 맞이하지만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며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면서 더욱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 집착하게 된다.이 사건은 사실 그냥 지나가는 일같지만 결국은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끔찍했던 것은 '우생학'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가는 미국의 우생학이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조국이 그동안 이 사실에 동조하며 벌인 일들에 대한 반성조차도 없다는 것을 혐오하며 분노한다.
우생학에서 말하는 '부적합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임화'수술을 받아야했다는 것이다. 그 중에 어린 여자 아이들도 포함이었다는 것이 가장 끔찍한 부분이다.
작가는 그 피해자들 중 '메리'와 '애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작가와 함께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생학'을 주장했던 그리고 그들을 지지했던 사람들이야말로 그들이 말하는 '정신적결함이 있는' 미치광이들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말도 안되는 주장들을 펼치며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해놓고 정작 '스탠퍼드의 초대 총장'이며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으로 현재까지 칭송받아왔다는 사실이 나를 분노케 했다.
아까 초반에 작가의 아버지는 인간은 개미보다도 중요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하고싶은 대로 하고 살으라고 했는데, 뒤로 가면 '인간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이 이렇게 흘러간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앞에서 했던 이야기들의 오류를 찾아 정정해준다. 그래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되고 배우게 되는데 이런 부분이 흥미로워서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들었다.
작가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큰언니는 너무나 쉽게 그 이야기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가 한 이야기가 이 문장이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도덕적 · 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