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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곳으로(오늘의 젊은 작가 16)
5.0
  • 조회 198
  • 작성일 2025-08-29
  • 작성자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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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의 '해가 지는 곳으로'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져 세상이 무너져내린 뒤 살아남은 사람들이 각자의 상처를 안고 생존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야기는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번갈아 전개되는데, 이들이 겪는 고통과 그 속에서 찾아내는 작은 희망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시작은 도리와 미소 자매이다. 도리는 청각, 언어장애를 가진 동생 미소를 데리고 러시아 대륙을 횡단한다. 어린 나이에 동생까지 보살펴야 하는 불안정한 생활이지만 도리는 끝까지 동생을 지키려 애쓴다. 미소는 말을 할 수 없지만 오히려 상황을 더 깊이 직감하고 주변을 바라보는 힘을 가진 인물로 나온다. 자매는 목적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살아남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난다.
그 여정 중에 또 다른 생존자인 지나와 건지를 만난다. 지나 역시 가족을 잃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며 건지는 그런 지나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고 있었다. 이 두사람은 도리와 미소의 또 다른 가족이 되어 준다.
다음으로 만난 중년부부 류와 단은 딸 혜림을 잃은 슬픔을 안고 다른 자녀인 혜민과 함계 길을 떠돈다. 딸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지만 도리 일행을 만나 서로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게 길을 걷는다. 사실 현실적으로 식량도 부족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함께 밥을 나누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은 끝까지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 책은 이들이 극적으로 구원받거나 행복해지는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렇게 절망적이거나 우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간다움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해가 지는 곳으로'라는 제목이 단순히 끝이나 죽음을 뜻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도 다시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도 서로에게 기대어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사람이 주는 힘을 알 수 있었다. 완전한 해피엔딩이 아닐지라도 오래오래 기억남는 여운을 가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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