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 결정 속보와 함께 대부분의 서점은 한강 작가의 책들로 점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책보다는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더 친근한 요즘 세상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책에 관심이 많아지는 것이 조금은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직 한강 작가의 책을 읽어 본적이 없었기에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하지만 약간 반골(?) 기질이 있어서인지 인기가 많을 때 한강작가의 글을 읽기 보다는 인기가 어느 정도 구스러들면 한번 읽어보겠다는 고집이 생겨 아직까지 미뤄둔 상황이다. 그러던 중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강연문이 책으로 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워밍업 차원에서 강연문부터 한강작가의 글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선택하였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생각보다 얇은 책에 그중에서도 강연문 부분은 30p도 안되는 적은 분량임을 알았을 때 조금은 실망감도 들었지만 막상 한강 작가의 강연문은 그녀의 소설과는 분명 다른 형태의 글이겠지만 읽는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빼앗아버리는 힘이 있었고 그만큼 만족스러웠다. 분량 대비 만족도만으로 따지면 이보다 효율이 높았던 글은 손에 꼽힐 정도이다. 창고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된 작가가 9살에 만든 시집(?)에서 눈에 들어온 시의 일부분에서 작가의 강연문은 시작된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나의 머리 속은 무엇인가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겨우 9살짜리가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대해 이렇게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과 감탄이 교차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작가의 작품 세계를 되돌아보는 강연문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었다. 한강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강연문 속에 나타나는 글을 쓰는 과정은 고통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속에서도 작가는 결국 자신의 글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단순이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을 잇는다는 의미가 아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죽은 자와 산 자를 실처럼 이어주고 있는 것이다.
정말 짧은 내용의 강연문이지만 작가의 작품들을 살펴보는데에는 충분하였고 동시에 한강 작가에 대한 존경의 마음도 동시에 들었다. 독자가 몇 분 안되는 짧은 시간안에 읽어볼 수 있는 글을 쓰기 위에 작가는 상상도 할수 없는 긴시간과 엄청난 노력을 쏟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강 작가의 책들을 인기에 편승하기 보다 좀 더 경건하고 진지한 태도로 읽어볼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