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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개정판)
5.0
  • 조회 233
  • 작성일 2025-06-18
  • 작성자 송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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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채식주의자』 – 인간의 본성과 폭력에 대한 침묵의 저항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에서 시작해,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과 폭력성, 그리고 사회적 억압과 자유의 갈망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 때, 나는 "채식을 한다"는 선택이 어떻게 인간 관계와 삶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그 의문은 점점 더 복잡한 질문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진정 '정상'이라 불리는 삶을 살고 있는가?

주인공 영혜는 어느 날 꿈을 꾼 후 갑작스럽게 고기를 끊는다. 그녀의 결정은 남편, 가족, 사회 모두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결국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폭력과 무지한 억압 속에서 점점 말라간다. 이 소설은 세 개의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그녀의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을 통해 영혜라는 인물을 바라본다. 그러나 정작 그녀 자신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 침묵이야말로 이 소설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영혜는 끊임없이 말하는 세상에 저항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영혜가 점점 인간의 형상을 벗고 식물이 되어가기를 원한다는 장면이다. 육식을 거부하고, 인간 관계를 끊고, 결국은 광합성을 하는 존재가 되기를 소망하는 그녀의 모습은 비현실적이면서도 절절한 고통의 표현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채식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워버리고 싶은 절박한 탈출 시도였다.

이 작품은 단지 '채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인간 내면의 폭력성, 여성의 억압된 욕망, 그리고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인 작품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정상과 비정상을 누가 결정하는가, 말 없는 존재의 고통을 우리는 어떻게 감지할 수 있는가.

『채식주의자』를 읽고 난 후, 나는 한동안 먹는다는 행위, 말한다는 행위,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게 되었다.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독자의 마음 깊은 곳에 오래도록 남을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 질문, 그저 존재함으로써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침묵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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