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지만 한동안 품절(?)에 도서관에서 대기도 길어서 읽지 못했었다. 좋은 기회가 생겨 덕분에 한강 작가의 책을 처음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의 [채식주의자] 는 난해하다는 평이 많아서, 비교적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한 소년이 온다로 입문하게 되었다.
작품의 배경은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이 배경이다. 이는 1980년 5월 18일부터 28일까지 광주시민과 전라도민 중심으로 민주정부 수립,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하며 전개한 운동이다. 본 도서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들과 인물들이 감당해야 했던 일들이 각 인물들의 시선에 따라 전개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동호, 정대, 은숙, 선주, 정미, 진수, 성희 등은 당시 희생되었거나 살아남아 고통과 상처를 껴안은 사람들이다. 소설 속 이야기는 시점이 자주 바뀌고 인물의 시선에 따라 내용이 전개된다.
<1장 어린새>의 시점은 특이하게 2인칭이다. 작가는 동호의 시선을 따라가며 동호가 '너'로 지칭된다. 동호는 중3으로 자기 집에 세 들어사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후 정대의 시신을 찾기 위해 도청 상무관에 들어와 죽어 실려오는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맡는다. 시신에 천을 잘라 덮어주고, 가족을 찾으러 오는 이들에게 하나씩 걷어서 보여주는 일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곧 죽게된다.
<2장 검은 숨>에서의 1인칭 서술자는 정대다. 그는 죽은 영혼으로 등장한다. 그는 죽임을 당한 후 공터에 쌓인 시체들의 탑 속에서 썩어간다. 그러다가 군인들이 석유를 붓고 붙인 불에 타 한 줌 재가 되어버린다. 정대를 찾아다니던 그의 누나 정미 또한 죽는다.
<3장 일곱개의 뺨>은 3인칭 시점으로 은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김은숙은 대학 생활을 중단하고 출판사에서 일한다. 그녀는 출판물 검열 문제로 경찰서에 불려가 모두 일곱 대의 뺨을 맞는 치욕을 당한다. 그녀는 도청 상무관으로 들어가 시신들을 수습하는 일도 한다.
<4장 쇠와 피>의 서술자는 '나'로 일인칭 시점이다. 나는 스물 세살의 교대 복학생이다. 나는 김진수와 교도소 생활을 함께 하였다. 그 후 둘은 사회에서 종종 만났지만 김진수가 사회 부적응으로 자살을 하였고, 훗날 죽은 김진수에 대한 증언을 부탁받는다. 김진수는 대학 신입생으로 도청에서 희생자를 파악하고 시신관리를 총괄하고 장례를 준비하는 등의 일을 했던 인물이다.
<5장 밤의 눈동자>의 시점은 3인칭으로 임선주의 시선을 따라간다. 선주는 당시 양장점의 미싱사로 일하다가 상무관에 들어가 시신 수습하는 일을 돕는다. 그녀는 노조활동을 하던 성희언니의 옥탑방에서 노조소모임에도 참여하였다. 그 후 윤이랑 사람에게 당시 광주에서 겪은 일에 대한 증언을 녹음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이 깊다.
<6장 꽃이 핀 쪽으로>는 5.18당시 상무관에 갔다가 동호를 데리고 나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살아가는 동호의 어머니가 서술자다. 그녀는 당시의 참상을 알리기 위한 시위에도 참여하며 동호를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동호 어머니의 전라도 사투리가 더 슬프게 했다.
<에필로그>는 이 책을 쓰게 된 상황이나 5.18고나련 조사를 위한 과정들이 소개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가 누군가의 피땀으로 이루어진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되며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소중함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