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단풍이 들기 시작했던 싸리나무는 그 화사하고 노란 빛깔에서 희뜩희뜩한 흰색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이따금 굵은 나뭇잎이 떨어져 내리곤 했는데 그것은 아직 푸르른 오리무에서다. 간밤에 차가운 비 한줄기가 내리더니 잡목숲의 빛은 눈에 스미도록 화려했다.
김훈장은 아내와 아들들을 진즉에 잃고, 자신의 제사를 차려주고 대를 이어줄 후자를 찾으러 다녔었다. 드디어 양자를 구하는데 성공하고 그를 집안에 들인다. 그의 이름은 한경. 뜸하던 용이는 월선에게 다시 마음을 붙이고, 두만이(김이평아들)는 윤보와 함께 목수 일을 배우러 서울로 간다. 병수(조준구 아들)은 서희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 보기와 달리 생각과 마음이 깊어, 서희에 대한 자신의 마음에도 절대 서희랑 결혼하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삼수는 조준구에게 (조준구가 실컷 즐기다 내어준) 삼월이를 아내로 받은 게 억울하고 아쉬워서 빨래하러 나오는 두리를 노려 그를 강간한다. 시기는 조선이 을사보호조약으로, 외교권을 빼앗겨서 실상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버린 때다. 이를 들은 김훈장은 조준구에게도 가서 군자금 도움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리고 김훈장은 유생 몇 과 함께 마을을 떠난다. 서희 모는 죽고, 환이는 이곳저곳을 돌다 큰 아버지가 연곡사로 간다. 김서방네는 조준구의 부인 홍 씨 앞에서 입을 잘 못 놀린 탓에 집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김훈장은 결국 평사리로 돌아왔다. 윤보도 (두만이는 서울에 두고) 평사리로 돌아왔는데, 이를 안 삼수가 자신이 겪게 된 조준구로부터의 억울함과 분노를 쏟아낸다. 그리고 조준구를 잡아 망하게 하자고 윤보에게 제안한다. 그렇게 다들 날을 잡아 밤에 조준구를 잡으러 갔지만, 그는 집안에 숨어 찾지 못했고, 삼수만이 조준구의 숨은 걸 알아서 협박 겸 그를 살려둔다. 그러나 조준구가 삼수의 협박보다 앞서 일본군의 도움을 받아 삼수를 고발한다. 초반부터 맘에 안 들었던 한조까지 이 일에 가담했다는 모함을 해 일본군의 손에 죽게 한다. 이로 조준구 가족을 쫓아내지 못한 서희는 용이와 길상의 비밀 계획에 따라 용이네 가족, 봉순이, 월선네 등과 함께 최 참판 댁에서 탈출해 간도로 가려는 데에 동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