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후에도 사람이 존재할까?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그 때가 천 년 후라면 좋겠다. 라고 시작하는 소설을 나는 씌여진 지 10년 만에 읽었다. 길바닥에서 죽은 구와 그를 사랑하는 담의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부터 지속된 둘 사이의 끈끈한 관계는 그들을 연인, 가족, 그리고 더 나아가 서로를 투영하고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거울 같은 존재로 만든다. 이 소설은 사랑 이야기.. 그러나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통속적인 사랑이 아니라 매 순간 서로를 증명해내야 하고 심지어 죽은 연인을 집어삼켜 결국에는 서로에게 동기화 되려는 욕망과 집착에 관한 이야기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대 이외의 어떤 것도 필요치 않은 맹목적이고 굳건한 친밀감, 그리고 그 지점에서 오는 완벽한 효능감은 그들을 상대 외의 세계에서 멀어지게 한다. 그들의 세상에서 이러한 관계는 집착도 광기도 아니다. 그저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는 것 뿐이다. 마치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처절함이 어쩌면 폭력적일 수도 있는 (예를 들면, 죽은 구를 담이 집어삼키는) 여러 장면들을 초현실적인 묘사를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극한의 순수라 느끼게 한다.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후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어디로 가야 할까. 경찰서에 가서 자백할 수도 있다. 성직자를 찾아가 고백할 수도 있다. 나는 사람을 먹었습니다. 이것이 죄가 됩니까? 그러면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나를 처리해주겠지. 나는 말하라는 것을 말하고 가라는 곳으로 가면 될 것이다. 이 글을 끝내고, 그리고 최대한 오래 살아남는 것. 내가 원하는 전부다. 라는 이야기 시작 전의 담의 독백은 사랑이 끝나고 난 후 느끼는 공허와 닿아있는 것 같다. 쥐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지고 난 후의 허망함과 공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든 나는 최대한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당위의 욕망. 우리들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적 민낯이 아닐까. 그래서 구를 상실한 담이, 구와 영원히 함께일 담이 세상 어딘가에서 조금은 가벼운 웃음으로 살아가고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