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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5.0
  • 조회 214
  • 작성일 2025-07-06
  • 작성자 차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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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용기 사이, 지금의 나를 만든 그때의 ‘사소한 것’들

결정적인 순간에야 본 모습을 드러내는 나의 본성의 근원은 무엇일까?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 침묵하지 않을 용기, 그것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최근 영화로 개봉된 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지금의 나를 만든 과거의 그 기억들을 소환해내고 있다.

1985년 실업과 빈곤으로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뉴로스에서 석탄 배달업으로 아내, 딸 다섯 가족을 이끌고 있는 빌 펄롱(컬리언 머피 역), 무엇보다도 딸들이 각자 자신의 재능을 찾아 성장해 나가는 것이 기쁘기만 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산타클로스에게 보낼 카드를 쓰는 일상이 행복하기만 하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운 어린 시절을 헤쳐 나온 그였기에 이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기 스스로를 그저 운이 좋을 뿐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루하루 지치고 힘든 일을 버텨내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캄캄할 때 일어나서 작업장으로 출근해 날마다 하루 종일 배달 일을 하고 저녁 늦게서야 식탁에 앉아 가족을 대하는 반복된 일상 속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목구멍에서 울컥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자신을 다 잡아준 것은 그 옛날 어머니조차 일찍 돌아가시고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아이가 되었을 때, 자신을 돌봐 주었던 집 주인 미시즈 윌슨 아주머니의 따뜻한 격려 때문이었다.

그런 영향인지 빌 펄롱은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없이 친절한 사람이다. 사업체 직원들의 일상을 돌본다든지, 동네 사람들 중 어려운 집에 장작을 몰래 가져다 놓는다든지, 지나가다 친구 아들을 보고는 주머니에서 동전 몇 푼이라도 꺼내 준다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강 건너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갔다가 창고에 갇혀 있던 어린 소녀 세라를 발견한다. 수녀원장은 친구들끼리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고 둘러댄다. 오히려 그 사실이 외부에 발설되지 않도록 무언의 압박을 보낸다. 딸들이 다니려고 하는 세인트마거릿 여학교의 운영자이기도 한 수녀원이기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수녀원장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현찰이 든 봉투를 내밀었을 때 그냥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자괴감에 빠져 있는 그를 바라보는 아내 아일린이나, 수녀원에서 있었던 일을 알고 있던 음식점 주인 미스즈 케호는 그저 모른척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이브날 이발소에 들러 머리를 깎고, 아내에게 줄 구두를 찾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에 이끌리는 듯.

결국 그는 다시 수녀원으로 가서 창고에 갇혀 있던 소녀를 데리고 집으로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지역사회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수녀원이었기에 자신의 사업체와 가족에게 닥칠 최악의 상황이 떠올라 두려웠지만 더 이상 물러서지 말아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빌 펄롱에게 이런 용기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순간 어려웠던 시절, 집주인 미시즈 윌슨 아주머니와 같은 집 일꾼이었던 네드의 보살핌의 손길이 떠올랐다. 어쩌면 지금의 자신을 이루게 한 것은 그분들의 배려, 친절, 격려들 때문이었다. 때로는 말로, 때로는 행동으로, 때로는 사소한 것(Small Things)들로.

지금 주인공 빌 펄롱에게 침묵에 맞설 '용기'를 불러일으킨 것은 어릴 적 자신을 일으켜 세웠던 '사랑'과 '보살핌'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뿌려진 씨앗이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다시 열매를 맺은 것이다.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는 그것들은 결코 사소한 것들이 아니었다. 소녀를 구하고 세상을 구원하는 그 첫 발걸음은 사소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를 나 되게한 '사소함'은 무엇이었을까? 인생의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 무수히 많은 사랑의 손길이 떠오른다. 내가 살아갈 '용기'는 나 자신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다. 춥고 어두운 겨울밤에 따스한 불빛이 반짝거리며 떠오르는 것 같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된 ‘막달레나 세탁소’는 아일랜드 가톨릭교회와 정부 지원하에 1922년부터 1998년에 이르기까지 70여 년 동안 3만 명 이상의 젊은 여성들을 감금, 강제 노역과 착취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곳이다. 2013년에 이르러서야 정부는 진상조사를 마치고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막달레나 세탁소(Magdalene laundries)’ 또는 ‘막달레나 수용소(Magdalene asylums)’는 타락한 여성 교화라는 명분하에 1344년경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아일랜드에서는 1767년부터 10여 개 시설에 약 1만 명의 여성이 수용되었고, 잉글랜드는 1758년 이후 300개 이상의 세탁소가 운영되었으며, 1800년 미국 필라델피아, 1848년 캐나다 토론토, 1852년 스웨덴, 1890년 호주에서 운영되었다. 노동 착취와 인권유린의 현장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으며 최후의 막달레나 세탁소가 1996년에 이르서야 폐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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