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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5.0
  • 조회 203
  • 작성일 2025-08-21
  • 작성자 위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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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올라 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 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 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라는 한강 작가 시집의 첫 장에 있는 시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유럽이 떠들썩한데, 오랫동안 노벨문학상 수상을 손꼽아 기대하던 모든 한국인의 소망이 이루어졌는데, 뭔가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서랍에 저녁을 유보해 둔 엄청난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노벨상 수상 작가의 바로 그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총에 희생된 시신들을 수습하는 소년이 소환되었다.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다’는 시신을 수습하며 억울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소설 속 장면이 45년을 훌쩍 뛰어넘어 오늘에 재연될 뻔한 것이다.

법 이전에 법을 정의하는 법철학의 영역이 있다. 자연법에 연원을 둔 법은 그 누구에게도 ‘개인의 자유를 이유 없이 침해할 자유’까지 위임하지 않았다. 자유의지의 바탕인 ‘일반의지’라는 사회 계약상 합의된 실재를 부정하는 사건이 다시 일어나버렸다.

우리는 이미 풀뿌리 지방자치 시대를 지나 특별자치도 시대를 맞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아직 국가 계엄이 가능한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자꾸 중앙집권적 국가주의에 열광하다 보니, 우리는 단 며칠 사이 반세기를 일궈온 자유민주주의의 시계를 도돌이표 당해버렸다.

한강 작가의 말처럼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국내적 자유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적 치킨게임에도 맞서야 한다. 무너진 국격은 필연적으로 경제적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현실이 되고 있으며,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우리 강원 지역에도 관광객이 썰물 빠지듯이 빠져 버렸다. 서민경제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둘 별도의 ‘도시 살림과 마을 살림’의 궁리가 절실한 시절이다. 무늬만 지방자치인 시대를 솔직하게 시인하고, 다시 처음 직접민주주의 시대처럼 마을과 도시, 국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봐야 할 때이다.

영화 ‘기생충’의 대사처럼 누군가는 ‘아들아,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를 외쳐야 하는데 다들 자기 살기 바쁘다.

그 와중에 거리에선 엠지(MZ)세대 날것의 문장들이 날아다녔다. ‘어른들은 반성하라’, ‘우리가 집에서 나와 일어나야겠느냐’는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이라는 희화화한 깃발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아니 매서운 화살로 날아와 박혔다. 그들은 거리에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있었다.

커피나 만두와 같은 식음료를 선결제하는 선행이 이어지는데, 그 메모에는 거리의 군인이나 경찰분들도 이용하시라는 거다.또한 화장실 이용 앱을 만들어 나누는 인공지능 AI 시대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었다.

위기의 시절을 만나면 신기하게도 우리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잘 발휘한다. 행주치마가 그러했고, 버선목에 독립선언서를 나른 이들이 그러했고, 금 모으기 운동과 태안 해변의 기름띠를 인간 띠로 해결한 기적이 그랬다. 우리 강원특별자치도에서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인간 띠를 경험한 바 있다.

어쩌다 가짜가 왕이 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마지막 어전회의에서 침을 튀기며 외쳤던 비명에 가까운 명대사가 있다.

“도대체 뭐길래 2만의 군사들을 사지로 내몰란 말이오. …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은 더 소중하오”였다.

우리는 진정, 이런 따뜻한 가슴을 지닌 위정자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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