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 소설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그가 1980년에 발표했던 중편 소설이라고 한다. 그의 글 중 유일하게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았던 작품이 43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는 소식에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서른한살의 그는 일흔한살이 되었고, 40년 만에 '그 도시'에 돌아가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도시'를 배경으로 사랑, 정체성, 자아를 알아가는, 무라카미 특유의 몽환적인 세계가 잘 나타난 소설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했던 소녀가 갑자기 사라지며 남자는 그녀를 그리워하는데, 벽으로 둘러싸인 '그 도시'에 그녀가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남자는 어른이 되었으나 그 도시에서는 여전히 10대인 그녀를 매일 만나면서 그곳에 머무는 그녀를 잊지 못한다. 그는 현실세계에서의 위화감을 느끼던 중 시골 작은 도서관의 관장이 되는데, 전임관장에 대한 사정이 밝혀지고 실종 사건이 발생하며 현실과 비현실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가중된다. 그렇게 현실에 대한 경계선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고 삶의 본질을 마주하게 되는 내용이다.
"그 도시는 나를 기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도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는 문장에서 누구든 과거에 머물러 있는 감정에 대해 그리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사랑이던지 우정이던지 어떠한 감정이던지 간에 청춘의 끝자락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고, 현실은 변하지만 마음 한 편에는 '그 도시' 속 소녀처럼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현실과 비현실, 실제와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사를 자주 사용한다. 이 책 역시 현실과 비현실은 불확실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것이고, 현실세계의 나와 도시 안에 있는 나 중 누가 그림자이고 실체인지 알 수 없다는 것에서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무라카미의 특색이 잘 느껴졌던 것 같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의 문체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완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