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를 좋아하게 된 나는 예전부터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이 책을 읽고 싶었는데, 계속 미루고 미루다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지금 시점에야 접하게 되었다.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남성의 입장으로서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으며 강한 울림을 받았다. 소설 속 이반 일리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법관이었지만,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평생 쫓아온 가치가 공허했음을 깨닫는다. 이는 야망을 쫓던 한창 혈기 왕성하던 젊은 남자가 중년에 접어들며 건강 이상에 의해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져 가면서 시작됐다. 나를 비롯해 모든 남자들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을 돌아보며 충격을 먹게 될 대목이다.
40대에 들어서면 어느 정도 직장에서 위치가 자리 잡고, 가정도 안정을 찾는다. 겉보기에는 성공의 궤도에 오른 듯 보이지만, 내 마음 한편에는 늘 공허함과 불안이 함께한다. 이반 일리치가 투병 중 병상에서 느낀 두려움. 그것은 죽음 앞에서 세속적 성취가 아무 의미 없고 부질없다는 자각이다. 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의 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은 그의 고통에 무심했지만 하인 게라심만은 진심으로 그를 돌본 장면이다.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죽음 앞에서는 무너지고, 결국 남는 것은 타인과의 진정성 있는 관계와 따뜻한 배려 뿐이라는 메시지였다. 나는 그 동안 가족들을 얼마나 진심으로 대했을까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님을 비롯해 가족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 작품은 나에게 두 가지 결심을 주었다. 첫째, 성공과 명예보다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 둘째, 남은 시간을 소모적인 일에 쓰지 말고,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확실한 미래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그 순간을 앞두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고 있다. 40대의 나는 이제 더 이상 삶을 미룰 수 없다는 자각과 함께 매일을 조금 더 진정성 있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