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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개정판)
5.0
  • 조회 236
  • 작성일 2025-06-18
  • 작성자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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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는 그 표면적인 제목이 주는 평온함과는 달리, 인간 본연의 폭력성과 욕망, 그리고 사회적 억압 속에서 자아를 지키려는 개인의 처절한 몸부림을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영혜라는 한 여인이 육식을 거부하며 점차 인간 세상과의 단절을 택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들을 직시하게 만든다. 이 책의 특이점은 주인공 영혜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그녀를 둘러싼 세 인물의 시선, 즉 남편, 형부, 언니 인혜의 시점을 통해 그녀의 변화를 그려낸다는 점이다.

가장 평범하고 물질적인 욕망에 충실한 남편의 시선은 영혜의 채식주의를 이해할 수 없는 일탈로 규정하며, 영혜의 변화를 자신의 평화로운 삶을 위협하는 요소로만 받아들이면서 영혜를 정상적인 아내로 되돌리려 노력한다. 남편의 무신경함과 폭력적인 방식은 영혜를 더욱 고립시키고, 타인의 다름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예술가인 형부는 영혜의 육체와 정신에 깃든 기이하고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예술적 영감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며, 영혜의 몸에 꽃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그녀의 억압된 욕망과 순수성을 표현하려 하지만, 이 역시 영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를 객체화하고 소유하려는 폭력적인 시도로 보인다.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욕망과 착취의 그림자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세 인물 중 유일하게 영혜와 피를 나눈 언니 인혜의 시선은 가장 복합적이다. 언니는 영혜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동시에 현실의 무게와 가족으로서의 책임감 속에서 괴로워한다. 인혜는 영혜의 고통을 함께 느끼면서도, 그녀를 정상적인 삶으로 이끌려는 사회적 압력에 굴복한다.

이처럼 영혜의 내면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더욱 신비롭고 강렬하다. 그녀의 침묵은 주변 인물들의 언어와 행동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위선적인지를 더욱 분명히 드러내는 장치다.

영혜의 채식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행위를 넘어서 어릴 적 아버지가 개를 잔인하게 도살하는 것을 목격한 트라우마와, 폭력적인 사회에 대한 근원적인 거부감에서 비롯된다. 그녀에게 육식은 곧 폭력의 상징이며, 이는 인간의 잔혹성이다.

소설이 진행될수록 영혜는 음식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삶 자체를 거부하는데.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육체를 벗어나 식물처럼 존재하려는 욕망을 드러내며, 물만 마시고, 나중에는 물조차 거부하며 뿌리를 내린 나무가 되기를 갈망하는 모습은, 폭력과 욕망으로 얼룩진 인간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이 책은 개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결핍과 폭력성이 외부의 사회적 폭력과 어떻게 만나 파국으로 치닫는지 보여준다. 영혜의 아버지가 보여주는 폭력, 남편의 무관심과 외면, 형부의 착취적인 예술 욕망, 그리고 그녀를 환자로 낙인찍고 강제로 주입하는 사회 시스템은 모두 영혜를 옥죄는 폭력의 형태다.

이책의 아름답고 섬세한 문장 속에 숨겨진 잔혹함과 고통을 통해 우리를 끊임없이 흔든다. 이 소설은 단순한 채식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론적 불안과 폭력성, 그리고 한 개인이 그 모든 것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저항하는 처절한 과정을 그린 현대 사회의 비극적인 초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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