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블룸의 선악의 기원은 인간 도덕성의 근원을 탐구하며, 도덕이 타고나는 것인지, 사회적 학습의 결과인지라는 오래된 질문에 답을 시도한다. 진화심리학과 발달심리학의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이 책은 특히 전반부(1~5장)에서 유아의 도덕적 직관, 공감의 기원, 그리고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본능적 태도를 조명한다. 블룸은 아기들이 선한 행동을 선호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기본적인 공정성을 이해한다는 실험 결과를 통해 도덕성의 뿌리가 선천적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예일대 ‘아기 연구소’의 실험은 생후 몇 개월 만에 도덕성의 기초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생생히 드러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블룸은 선천적 도덕성에 한계가 있음을 강조한다. 인간의 본능적 도덕은 종종 편협하고 부족 중심적이며, 공감은 왜곡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교육, 사회적 제도, 이성적 사고가 이러한 본능을 교정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도덕의 진화가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제임을 시사한다. 이 책을 읽으며 도덕성을 단순히 타고난 속성으로 보지 않고, 본능과 학습이 얽히며 형성되는 복잡한 심리 구조로 이해하게 되었다.
선악의 기원은 철학, 심리학, 신경과학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으로 인간 본성과 도덕적 판단의 기원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옳고 그름’의 감각이 얼마나 본능적이면서도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한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과학서를 넘어선다. 도덕적 확신이 흔들릴 때마다 이 책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특히 도덕의 기원에 대해 고민하는 심리학, 철학, 교육학 전공자뿐 아니라, 인간 행동의 근본 원리를 알고 싶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훌륭한 입문서다. 선과 악을 나누는 우리의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왜 때로는 공감이 해악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본 적 있다면, 이 책은 그 질문에 흥미롭고도 도전적인 답을 줄 것이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실험과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