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서 ‘가짜광기 VS 진짜광기’라는 게시물을 본 적이 있다. 전자가 정도는 지나치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범주의 것이라면 후자는 말문이 턱 막히며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 잡아야할지 모를 정도로 (동공이 흔들리며 “이거 뭐야, 미친 거 아냐??” 라며 공포에 휩싸이기도 한다) 상식을 넘어선 행동이나 생각인데 흔히 유머 소재로도 쓰이는 이런 상황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를 줄이야.
‘혼모노’는 일본어로 ‘진짜’, ‘진품’외에도 ‘장인’, ‘전문가’를 의미하는 말이지만 한국 인터넷 문화에서는 자기만의 세상에 심취해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오타쿠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성해나 작가는 어떤 뜻으로 ‘혼모노’ 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7편의 작품 나열순서도 아주 탁월하다 느껴지는데 [길티 클럽:호랑이 만지기], [스무드], [혼모노]로 진짜와 가짜를 오가는 감정의 상승세가 [구의 집:갈월동 98번지]에서 절정에 이른다. 단순히 재미있네, 잘 썼네하며 읽어 내려가던 마음이 순식간에 경이로움으로 바뀌는데, 그 마음의 변화가 나도 놀라울 따름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을 꼽으라면 표제작인 [혼모노]와 [구의 집:갈월동 98번지]. 간단히 말하면 [혼모노]는 신빨이 다한 무당의 진정한 ‘진짜’를 보여주는 처절한 굿 한판이라 하겠고 [구의 집:갈월동 98번지]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도식적인 설계를 추구하는 건축학도의 인간적인 취조실 설계하기, 여기서의 인간적인이란 측은지심이 아닌 인간의 나약함을 정확히 파고들어 궁극의 효율을 추구할 수 있는. 두 편을 연달아 읽으면서, 특히나 [구의 집:갈월동 98번지]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데 인간성이 결여된 합리적이고 치밀한 사람이 이토록 무서울 수 있음을, 전혀 악의적이지 않으니 그 악의를 설명할 방법도 없는 그 마음이 진짜 찐이구나. 혼모노구나 싶다.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8할 아니, 9할이 띠지에 적힌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박정민 배우의 추천사 때문이었고 (카피라이터의 능력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다른 재밋거리를 찾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으니 박정민 배우는 겉치레가 아닌 그냥 솔직한 감상을 말한 거였다. 최근 단편을 묶은 소설집만 내리 네 권을 읽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강렬한 소설집인 <혼모노>. <혼모노>가 진짜 혼모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