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모순』 – 삶의 무게와 선택, 그리고 그 속의 모순에 대한 고찰
양귀자의 모순은 스물다섯 살 여성 안진진의 눈으로 주변 인물과 자신의 삶을 관찰하며, 가정·사랑·결혼에 얽힌 ‘모순’을 깊이 탐구하는 작품이다. 소설은 크게 세 축—‘가족’, ‘두 남자’, ‘결혼의 갈림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먼저, 가족은 소설 전개 초반부터 강한 대비와 긴장을 형성한다. 안진진의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인 이모는 같은 날 태어나, 같은 날 결혼한 쌍둥이 자매지만, 결혼 이후 삶이 완전히 달라진다. 엄마는 술주정과 폭력을 일삼던 남편, 수감된 조폭 흉내 내는 남동생, 녹록치 않은 생계를 견디며 살아가는 삶을 살아간다. 반면 이모는 유학 간 자식들과 안정적인 이모부, 청담동 저택, 여유로운 문화생활 등 겉보기엔 완전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소설 후반에서 밝혀지듯, 이모는 속으로는 급격한 무료함과 정체감의 붕괴를 느끼다 자살을 택하고, 삶의 이면에 숨겨진 무게를 비극적으로 드러낸다 .
이 모순된 대비를 통해 안진진은 “행복”과 “불행”이란 것이 상대적이며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고, 겉으로 보이는 삶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행복해 보이던 이모는 불행했고, 불행해 보이던 엄마는 행복했다”는 역설적 진실은 이 소설이 가장 강조하는 메시지다
다음으로, 두 남자—계획적이고 안정적인 나영규와 감성적이며 자유로운 김장우—사이에서의 안진진의 선택은 사랑과 현실,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본성적 모순을 보여준다. 나영규는 데이트 코스를 치밀하게 설계하는 ‘계산기 박힌 남자’지만, 김장우는 정서적 교감이 크고 낭만적이다 이름만 보면 사랑일 것 같지만, 나영규와 함께라면 미래의 안락함을, 김장우와 있으면 현재의 설렘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안진진은 무난하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택하기로 결정한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이모의 죽음이 크게 작용한다. 돌이켜보면, 이모처럼 안정된 삶이었음에도 속이 비어 있었기에 스스로 선택한 자살은 안진진의 마음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삶의 교훈은 체험된 후에야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라는 안진진의 선언처럼, 그녀는 삶의 실질적 무게를 다시 한 번 곱씹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 안진진은 결국 나영규와 결혼을 선택한다. 많은 독자에게 “감성과 사랑을 따라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지만, 안진진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생존의 전략’이다. “결혼은 하나의 사업”이라며 무게를 키우고 “안정적 선택으로 앞으로의 내 삶을 다시 써보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태도는, 작가는 물론 독자 또한 쉽게 비난할 수 없게 만든다 .
결국 『모순』이 전하는 메시지는 삶은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어 탐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탐구의 과정에서 우리는 언제나 모순에 직면하고, 그 모순을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모순은 삶이다”라는 이 소설의 제목은, 단순한 비유가 아닌 우리 모두의 실존을 반영하는 가슴 아픈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