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등교 거부를 한 이치노세는 엄마의 재혼으로 생긴 새아버지, 새언니들과도 갈등을 빚으며 지독한 외로움을 느낀다. 살아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한 채 고독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라다 입양을 갔으나 새로운 가정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아이바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아이바는 이치노세와 점점 가까워지며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갈수록 자살을 막는 데 필사적이 되어가고, 소설을 읽는 독자들 역시 시간을 되돌릴 타이밍을 놓쳐 아이바가 이치노세의 자살을 막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나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한편, ‘죽고 싶다’는 소녀의 강한 마음이 ‘죽기 두렵다’, ‘살고 싶다’로 변화하는 과정을 힘껏 응원하게 된다.
키가 크고 가녀리지만 알고 보면 장난기 많고 내면은 단단한 이치노세와 조금은 무뚝뚝하고 겉으론 강한 척하지만 속은 여리고 다정한 아이바. 두 사람이 만나 티격태격 싸우고, 웃고, 함께 절망했다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가 영화관, 게임센터, 아쿠아리움, 공원, 수영장, 축제 등 청춘들의 대표적인 데이트코스를 배경으로 달콤하게 그려지며 독자들에게 웃음과 눈물과 설렘과 감동이 있는 한 편의 청춘 영화를 선사한다. 사신, 시간을 되돌리는 은시계 등 독특하고 흥미로운 세계 속에서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난 아이바 준이라는 사람을 처음엔 경계하다 점점 마음을 열고 사랑하게 되는 이치노세의 심리, 자기만족을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이치노세의 자살을 방해하기 시작했다가 점점 진심으로 그녀가 살기를 바라게 되면서 이치노세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아이바의 심리가 몹시 현실적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소설은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쉽게 잊고 사는 희망을, 사랑의 힘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줄곧 내 인생이 싫었어요. 괴로운 일만 생겨서 왜 나는 이런 일을 당해야만 하는 걸까 원망했고요. 평생 내 인생을 저주하며 살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런 인생이 아니었다면 아이바 씨와 만나지 못했을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서부터는 내 인생이 좋아졌어요”라는 이치노세의 말처럼 우리는 누구나 ‘죽고 싶을 만큼 힘든 고통’을 겪지만 그럼에도 한 번 더 힘을 내 살아가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고, 소설은 말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작가가 두 주인공의 사랑을 통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