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퍼레이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시리즈 '탐정 갈릴레오'의 아홉 번째 작품으로, 전작 『금단의 마술』 이후 미국에서 귀국한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가 새로운 미스터리에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도쿄 인근 작은 도시 기쿠노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던 나미키야 식당의 딸 사오리가 고등학교 졸업 후 가수 데뷔를 앞두고 갑자기 실종되었다가 3년 후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하스누마라는 인물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는데, 그는 구사나기 형사가 과거에 담당했던 소녀 살해 사건의 용의자이기도 했다. 당시 하스누마는 철저한 묵비권 행사로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 국가로부터 배상금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이번에도 하스누마는 체포 후 묵비권을 행사해 다시 풀려나고, 오히려 사오리의 부모에게 찾아가 자신이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렸다며 보상금을 요구한다. 증오와 울분에 휩싸인 마을 사람들은 사법제도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마을의 가을 축제 퍼레이드가 열리던 날, 하스누마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경찰은 하스누마를 살해할 동기가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지만, 이들 모두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있다. 이때 유가와 마나부가 우연한 계기로 사건에 관여하게 되고, 침묵에 빠진 마을 사람들은 그를 경계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복잡한 인간관계와 감정을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배경이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독자들은 소설 속 인물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침묵과 마을의 떠들썩한 퍼레이드가 교차하며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
참고로 침묵의 퍼레이드는 2022년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 수입 30억 엔을 기록했으며, 유가와 역을 맡은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2023년 제47회 호치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는 일본에서 주로 TV 드라마로 제작되었지만, 이 작품은 '용의자 X의 헌신'과 '한여름의 방정식'에 이어 세 번째로 극장판으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직접 언급했듯이 "피해자인 소녀를 사랑하는 선량한 보통 사람들이 힘을 합해 탐정 갈릴레오를 움직이게 하는 미스터리"이다. 사법권이 실현하지 못하는 정의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침묵의 성채'를 쌓고, 이에 맞서 유가와와 구사나기가 진실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깊은 휴머니즘을 경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