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을, 문장을, 세계를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특별했다.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그저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쓰기’라는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책 속에는 다양한 문학 작품이나 에세이, 시에서 발췌한 문장이 담겨 있고, 나는 그것들을 한 줄 한 줄 따라 쓰며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갔다.
처음에는 단순히 ‘글씨 연습도 되고, 어휘력도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하루, 또 하루 페이지를 넘기며 따라 쓴 문장들이 쌓이자 단순한 필사를 넘는 깊은 감정의 변화가 찾아왔다. 타인의 문장을 따라 쓰면서 나는 그 사람의 호흡을, 감정을, 말의 온도를 체험하게 되었다. 단어 하나하나가 지닌 의미를 되새기며 나와 연결짓는 시간이 늘어갔다. 특히 마음에 닿는 문장은 따라 쓰는 순간, 내 것이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는 김훈 작가의 『연필로 쓰기』 중에 나온 다음 구절이었다.
“나는 인간의 말이 지닌 슬픔과 그 슬픔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이 문장을 따라 쓸 때, 나도 모르게 펜을 멈추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말이 가진 슬픔, 그리고 그 슬픔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라니. 이 얼마나 깊고 조용한 통찰인가.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말을 주고받지만, 그 안에 감정이 깃들지 않으면 텅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반대로 때로는 가장 슬픈 말들이 가장 진실되고 아름답기도 하다. 그 말들을 곱씹으며 필사하는 동안, 나는 말의 힘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 책이 고마운 건, 글쓰기 실력을 키워준다는 단순한 목적을 넘어,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줬다는 점이다. 매일 아침 혹은 저녁, 하루 한 장씩 따라 쓰는 시간은 마치 명상 같았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복잡한 생각을 잠시 멈추고, 온전히 한 문장에 집중하는 그 시간이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어쩌면 요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렇게 문장 하나를 천천히 바라보고, 써보고, 느껴보는 여유가 아닐까.
이 책은 결국 필사 노트이지만, 나에게는 내면을 가꾸는 도구였다. 문장들을 따라 쓰며 나는 내 어휘력뿐 아니라 감수성, 사고력,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는 섬세함까지 얻었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은 큰 성취감을 안겨줬고, 쓰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 책을 끝까지 써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아마 또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의 어휘력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단단해질 것을 기대하며. 독서와 필사가 함께 어우러진 이 특별한 경험을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