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천문학자가 꿈이었다. 별과 우주가 너무 궁금했고, 우주를 이해하는 게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서 천문올림피아드 겨울학교에도 참여했었다. 지금은 과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삼체』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책 속 주인공 예원제는 과학을 정말 잘 아는 사람인데, 세상에 실망한 끝에 외계 문명을 지구로 불러들인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됐는데, 계속 읽다 보니 그 심정이 조금은 느껴졌다. 믿고 있던 과학이 사람을 지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걸 직접 경험한 사람이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최근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걸 보면서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 있다. 처음엔 ‘이거 정말 신기하고 편리하다’ 싶었는데,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정보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없는 근거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경우도 봤다. 그러면서 ‘이게 정말 믿을 만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사람들이 AI를 맹신하다가 잘못된 정보를 믿게 된다면, 과학에 대한 신뢰도 같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생겼다.
AI의 발전에만 대부분 몰두하는 요즘, 잠시 멈춰서서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계인을 신격화하듯이 AI를 과대평가하고, 오히려 그들이 인류를 파괴하게되듯이 오남용된 AI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정보의 신뢰성을 흔들고, 나아가 기존 사회체계와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AI에 대한 도덕적 가이드라인, 기술적인 제한설정 등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삼체』를 읽으면서 과학이 꼭 인류를 위한 도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기술이 발전하는 건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그걸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위험해질 수도 있다. 나처럼 이제는 과학과 거리가 생긴 사람에게도 이 책은 많은 생각을 안겨줬다. 예전엔 그냥 우주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런 기술들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