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조용한 시간. 간혹 이런 시간에 집으로 향하는 마음은 두려움도 조금 생긴다. 이럴 때 불켜진 편의점이라도 만나면 어찌그리 반가운지. [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의 표지를 보면서 위안이 되는 것은 내가 느꼈던 그 마음을 담고 있어서 이지 않을까?
작가 고혜원의 [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에는 약사 보호가 있다. 보호가 12년째 야간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12년 전 자신이 지켜주지 못했던 언니 자연에 대한 마음 때문이다. 보호는 약국을 운영하면서 약국을 찾는 손님들에게 약이 아니라 손님 개개인에 따른 정확한 약을 처방한다. 단순히 약을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의 마음을 알아주는 약사다. 무심하게, 조금은 불친절할 수도 있을 만큼 냉정하지만 그 안에는 손님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은 단순하게 편안함으로 읽어 나가는 힐링소설의 매력을 넘어 스릴러 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다. 야간약국에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연결되는 과정과 마약조직 추적이라는 사건을 연결하고 그 연결에 주인공 보호가 야간약국을 운영하게 되는 과정들이 흥미롭다.
소설에서는 약에 대한 처방보다 여유가 필요하다는 주인할아버지의 처방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급함에서 잠시 쉬어감이 얼마나 필요한지 생각하게 한다. 너무 조급해서 체하고, 너무 바빠서 쉬지 않고 참아내는 걸 택했던 사람들이 올거라는 이야기, 이 약국에서 여유도 같이 처방해 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복잡할 때 급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 낼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밤시간 골목을 지키고 있는 야간약국. 그 앞에서 약국보다 1시간 늦게 폐점하는 70대 정분이 운영하는 슈퍼.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함께 더불어 살아감이나 말을 하지 않지만 느껴지는 위로들이 참 좋다.
주인공 보호가 언니에 대한 상처를 잘 극복하고 사람들과 더불어 좀더 편안함으로 일상을 만들어 가게 되는 해피엔딩. 소설은 해피엔딩이지. 그래야 마음이 따뜻하니까. 난 이런 편안함이 좋다. 오랜만에 만나 편안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