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말한다. 공부는 결국 암기라고. 나 역시 학창 시절 "이해가 안 되면 그냥 외워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어려운 용어나 연도 같은 것들은 나만의 연상법을 이용해 억지로 외우곤 했었다.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이 방법은 당장 눈앞의 시험만을 위해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분명 한계가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이 <외우지 않는 공부법>이지만 어찌 공부를 하면서 암기를 하나도 안 할 수가 있겠는가. 저자는 암기를 최대한 적게, 최대한 나중에 하자고 제안한다. 이는 저자 인생의 여러 고비에서 나온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중학생 때 난독증이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의심했을만큼 자주 넘어지고 오래 헤맸다. 심지어는 의대에 입학한 후에도 수재들과 비교하며 좌절했다. 이후 수많은 공부법을 공부하며 자신에게 적용해보고 수정하며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앞서 말한대로 최소한의 암기를 위해서는 세 가지 감각이 필요하다. 공부를 하면서 진짜 에너지를 투입해야 할 곳을 찾는 목적 감각, 나만의 공부법에 익숙해지기 위한 순서 감각, 저장된 지식을 꺼내 직접 사용해 보는 능동감각이 그것이다. 자세히 살펴 보자.
목적 감각이란 한 마디로 말하면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궁극적 목적에 초점을 주는 태도'이다. 쉽게 말하면 누구나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인생의 최종 목적이겠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으로서의 목표는 일단 수능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 것이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한 어느 변호사의 말에 공감한다는 저자는 그 이유로 공부는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외 대부분은 목적을 정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요식업을 하는 사람은 매출 높이기, 장인 정신 발휘하기, 자아 실현하기 사이에서 갈등한다.
어차피 같은 양의 공부를 하는데 순서만 바꾼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겠지만 '효율성' 면에서 보면 큰 차이가 있다.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를 떠올려 보자. 요리사들은 어떤 순서로 먹었을 때 자신의 요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지 골똘히 연구했을 것이다. 최상위권이나 전문직 시험에 초단기간에 합격하는 사람들은 '개념-기출-모의고사-파이널'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효율적인 순서를 갖고 있을 것이다. 정해진 것은 없다. 책을 읽을 때도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흥미로워 보이는 부분을 먼저 읽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누군가는 요즘이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공부를 돕는 보조 자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환경은 능동적인 공부를 방해하기도 한다. 머리를 쓰지 않고 눈으로만 공부하기 쉽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터넷 강의를 들 수 있겠다. 인터넷 강의 시장은 일타 강사의 양산과 함께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왜 학생들의 실력은 그만큼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하루에 몇 시간씩 인기 강사의 강의를 '듣고 보는' 것을 '공부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가르쳐 보는 것이 최고의 공부법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것처럼 내 안에 저장된 지식과 지혜를 꺼내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진정한 공부다.
공부법을 고친다는 것은 곧 내 생각을 고친다는 일이었다. 생각을 고치려면, 내 생각을 들여다봐야 했고,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다. 공부법 덕분에 나를 알게 되었고, 그것은 지금까지 얻은 것 중 가장 귀한 자산이다. (외우지 않는 공부법, 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