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빛과 실』은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와, 작가가 언어를 통해 세계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특히 이 책에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이 수록되어 있어, 단순한 소설 읽기를 넘어 작가의 문학적 뿌리와 세계관을 직접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강연문 속 한강은 문학을 “빛과 실”에 비유하며, 인간이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꿰매고 이어 주는 매개가 바로 언어와 이야기임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창작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문학이 공동체를 지탱하는 본질적인 힘을 지닌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강이 폭력과 상처의 역사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자 하는 태도였다. 그의 이전 작품들이 그러했듯, 이번 책에서도 인간이 겪는 고통과 상흔은 중심에 놓여 있다. 그러나 『빛과 실』에서는 그것이 단순한 절망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언어의 섬세한 결을 통해 상처 난 부분을 조심스럽게 봉합하려 하며, 그것이 문학의 윤리적 역할임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문학이 단순히 개인의 감정을 토로하는 수단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의 어두운 상처를 직면하고 공유하게 하는 통로라는 사실을 깊이 체감하게 된다.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부분은, 작가 개인의 목소리와 동시에 한국 현대사의 기억이 겹쳐져 울림을 준다. 한강은 자신의 성장 과정과 글쓰기의 근원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도, 그것을 개인의 서사에 한정하지 않고 한국 사회의 역사적 맥락과 긴밀히 연결한다. 전쟁, 독재, 산업화 속에서 잊히거나 묻혀 온 목소리들이 그녀의 글을 통해 되살아나는 장면은 독자로 하여금 문학의 공적 역할을 다시금 성찰하게 만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문학을 ‘빛’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배웠다. 빛이 우리를 비추고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면, ‘실’은 그 빛 속에서 흩어진 파편들을 잇고 묶어 주는 역할을 한다. 한강이 말하는 문학은 바로 이 두 요소가 결합된 것, 즉 단순한 계몽이나 위로가 아니라, 고통의 단면을 직시하면서도 그것을 꿰매어 이어 가는 치유의 작업이다. 그렇기에 『빛과 실』은 독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보다는, 스스로 삶을 성찰하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끈다.
결국 『빛과 실』은 한강 문학 세계의 응축판이자 확장판이라 할 만하다. 작가가 살아오며 품어 온 질문들, 문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치열한 사유, 그리고 한국 사회와 인류 보편의 아픔에 대한 연민이 이 책 안에서 빛과 실처럼 교차하며 독자에게 전달된다. 읽고 나서 마음 한편이 무겁기도 했지만, 동시에 언어와 문학의 힘을 다시 믿고 싶어졌다. 『빛과 실』은 단순한 한 권의 책이 아니라,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길고 깊은 대화의 장이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