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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온다
5.0
  • 조회 241
  • 작성일 2025-05-30
  • 작성자 임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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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머스매를 따라갔다이
머시매 걸음은 빠르고 나는 늘었는디, 아무리 걸어도 따라잡을수 있어야제. 조금만 옆으로 고개를 돌려주먼 옆얼굴이 보일 것인디 아무 데도 안 둘러보고 앞으로, 앞으로만 가야. 요새 어느 중학생이 그리 짧게 머리를 깎겄냐이. 동그스름한 네두상을 내가 아는디, 분명히 너였다이. 느이 작은형이 물려준 교복이 너한테는 너무 컸다가 3학년 올라감스로야 겨우 몸에 맞았제. 아침에 네가 책가방 들고 대문을 나서먼, 한없이 뒷모습을 보고 섰고갚게 옷 태가 났제. 그란디 그 머스매는 책가방은 어디다 놓고 빈손으로 훌훌 걸어가더라이. 하얀 하복 반소매 아래 호리호리한 팔뚝이 영락없이 너였단게. 좁은 어깨하고 길쭉한 허리하고 걸음걸이가, 고라니같이 앞으로 수그러진 목이 꼭 너였단게.
네가 나한테 한번 와준것인디, 지나가는 모습이라도 한번 보여줄라고 온 건인디, 늙은 내가 너를 노쳐버렸어야, 시장통 좌판 사이고 어질어질 골이 흔들려 바닥에 주저앉았다이. 허지만 동네 사람이라도 만나먼 큰일인게, 아직 어지러워도 땅을 짚고 일어섰다이 시장통까지 널 따라갈 적엔 먼길인 줄도 몰랐는디, 돌아오는 길엔 바짝바짝 목이 타드라이. 동전 하나 주머니에 안 담고 나와서, 아무 가게라도 들어가 찬물 한잔 얻어묵고 자팠다이. 그래도 누가 비렁뱅이 오인네라고 욕할까 무서운게, 벽이 나올 때마다 손으로 짚음스로 싸묵싸묵 걸어왔다이. 어지럽게 먼지 날리는 공사팡 옆을, 입을 꽉 막고 기침함스로 지나왔다이, 갈 적에는 어째서 몰랐으까이. 그렇게 시끄러운 공사팡이 있었던 것을. 그러헥 무참하게 길바닥을 뚫어쌓고 있었던 것을
네 중학교 학생증에서 사진만 오려갖고 지갑 속에 넣어왔다이. 낮이나 밤이나 텅 빈 집이지마는 아무도 찾아올 일 없는 새벽에. 하얀 습자지로 여려번 접어 싸놓은 네 얼굴을 ㅂ펼쳐본다이. 아무도 엿들을 사람이 없지마는 가만가만 부른다이. 동호야.
가을비가 지나가서 하늘이 유난히 말간 날엔 잠바 속주머이에 지갑을넣고, 무릎을 짚음스로 절름절름 천변으로 내려간다이. 코스모스가 색색깔로 피어 있는 길, 동그랗게 똬리를 틀고 죽은지렁이들에 쇠파리가 꾀는 길을 싸묵싸묵 걷는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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