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목부터 이미 문장이자 시이고, 선언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다. 그것을 삶의 언어로 끝내 거부하고, 기억함으로써 영원히 곁에 남기려는 깊은 사랑의 서사다. 세월호 참사라는 한국 사회의 집단적 비극을 바탕으로, 한강은 ‘기억’이란 무엇인지, ‘남겨진 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하지만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대신 거의 침묵에 가까운 문장으로, 깊은 곳에 가라앉은 감정을 떠올린다.
주인공 ‘경하’는 딸을 잃었다. 그리고 그 친구이자 화자인 ‘나’는 경하를 잃지 않기 위해 제주도라는 슬픔의 섬을 함께 걷는다. 이 소설은 줄거리보다 기억의 결을 따라 흐른다. 대화는 거의 없고, 풍경과 고요한 문장이 남는다. 잔잔한 묘사 속에서 독자는 오히려 더 깊이 가슴이 죄어진다. 고통이란 반드시 외치는 것이 아니라, 말 없는 존재로 남아 삶에 스며들 수 있음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작품 내내 ‘나는 그날 그 바다에 있었던 사람들이 끝내 전하지 못한 마지막 말을 대신 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강은 그 말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끝내 그 말을 하지 못한 침묵 자체를 문장으로 옮긴다. 그래서 더 슬프고, 더 아름답다. 이 책은 읽는 이의 심장에 조용히 머무르며, 슬픔을 반추하고 기억하도록 만든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화자가 제주 바다 앞에서 경하의 마지막 흔적을 따라가는 장면이다. 그곳엔 눈물도, 울부짖음도 없다. 다만 바람과 돌, 나무와 물소리가 있을 뿐이다. 그 풍경 안에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머물며, 말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바로 그 장면에서, 나는 이 소설의 제목이 이해되었다. 진정한 작별은 하지 않는 것, 끝내 잊지 않는 것이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죽음 이후를 말하는 소설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절망의 소설이 아니다. 한강은 우리가 잊지 않기만 한다면, 죽은 자도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우리는 살아남은 자로서, 기억하는 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조용한 다짐이며, 사랑의 방식이다. 작별이 끝이 아니라는 믿음. 그것이 이 책의 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