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의 영혜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세상과 등을 돌린 인물이다. 그녀는 특별히 불행해 보이지 않는 일상 속에서 어느 날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평범함의 틀을 깨뜨린다. 나는 이 선언이 단지 식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그녀가 세상에 보내는 절규라고 느꼈다. 말 대신 침묵으로, 행동 대신 거부로 세상에 맞서는 영혜의 모습은 이상하고 불편하면서도 묘하게 슬펐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변화를 병적이라며 이해하지 못하고, 강제로 다시 ‘정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하지만 나는 영혜가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살고자 했다고 생각한다. 폭력과 억압, 무관심이 가득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을 식물로 변화시키려 했다. 그것은 파괴가 아니라 자가치유에 가까웠다.
영혜는 끝내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침묵이야말로 이 소설의 가장 큰 울림이었다. 그녀는 인간이기를 거부하며 진정한 자유를 향해 가는 길 위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길이 너무나 외로웠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거부'와 '침묵'의 언어를 시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나는 이 소설을 ‘채식’이라는 윤리적 선택이 아닌, 삶을 향한 마지막 저항으로 읽었다. 주인공 영혜는 단지 고기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규범, 심지어는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거부한다. 이 작품은 이상하거나 병든 한 사람의 이야기로 읽히기 쉽지만, 나는 오히려 영혜의 행동에서 극단적인 '자기 보존'의 본능을 보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그녀가 식물처럼 살기를 원한다는 대목이었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그녀에게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주변 인물들이 그녀의 선택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오히려 그들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타인을 판단하는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영혜는 침묵 속에서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 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