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정상’이라는 이름의 좁은 기준 안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기준에 들지 못하면, 이상하거나 부족하거나 어딘가 고쳐야 할 존재로 취급되기 쉽다. 하지만 이 책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은 그런 세상의 시선에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저자 카밀라 팡은 자폐 스펙트럼과 ADHD 진단을 받은 과학자다. 이 책은 그녀가 그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과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담고 있다.
책의 인상적인 점은 일상적인 감정과 상황을 과학적 개념으로 설명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인간관계를 양성자와 전자의 상호작용에 비유하거나, 사회적 신호를 해석하는 자신의 방식을 알고리즘으로 표현하는 장면들은 이질적이면서도 매우 신선하다. 비정형적인 사고 방식이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독자는 인간 관계, 자존감, 소속감이라는 주제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혼란과 모순이, 그녀의 눈을 통해 질서 있게 재구성되는 경험은 꽤나 흥미롭고 통찰력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다름’에 대해 단순히 “괜찮다”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다름’이 어떤 식으로 세상을 더욱 넓게 볼 수 있게 해주는지, 그리고 그 다름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조목조목 보여준다. “당신의 존재는 설명되거나 정당화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선다. 존재 자체를 긍정하고, 사회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왜곡하지 말라는 선언처럼 다가온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저자가 “나는 상대방의 감정은 잘 읽지 못하지만, 대신 그들이 내게 솔직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고 말하는 부분은 감동적이다. 우리는 자주 자신이 ‘모자란’ 부분에만 시선을 두지만, 팡은 그것이 어떻게 강점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에 맞추기 위해 얼마나 자주 나의 진짜 감정과 성향을 억눌러왔던가. 때로는 말수가 적은 나를 “적극성이 부족하다”며 탓했고, 감정 표현이 서툰 나를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당신이 편한 방식으로 존재해도 괜찮다”고. 세상이 정해둔 ‘정상’의 범주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넣기보다, 스스로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이 책은 과학이 단지 객관적이고 냉철한 학문이 아니라, 때로는 가장 섬세한 공감과 자기이해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저자는 과학을 통해 세상과 자신을 이해했고, 그것이 그녀에게는 감정 언어이자 생존 방식이었다. 독자로서 나는 과학을 인간적인 언어로 읽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과학이 이렇게도 따뜻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결국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은 단순히 자폐인의 고백이나, 과학자의 특별한 삶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나답게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이고, 우리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책이다. 타인의 시선에 과도하게 예민해지기 쉬운 이 시대에,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조용한 물음이다. “당신은 당신의 존재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