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이나 CCTV를 떠올리게 하는 일률적인 “안전”의 감시가 이제는 인간의 뇌 안까지 파고든다. 『죽은 자의 블랙박스를 요청합니다』는 전 국민의 뇌에 블랙박스가 이식되는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스펜스 소설입니다. 정부는 급증하는 고독사와 의문사를 막기 위해 뇌과학연구소 ‘더 블랙’과 손잡고 2050년부터 ‘휴먼 블랙박스 프로젝트’를 시행합니다. 이로써 사망자의 시각 기록을 통해 사건 수사가 가능해지며, 미제 사건은 줄어들고 사람들은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현장에서 블랙박스(사망자의 마지막 영상)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평소라면 순식간에 확보되었을 영상이 사라지자, ‘별난 경찰’ 큰별은 직감적으로 이상함을 느낍니다. 그러던 중 블랙박스 기술을 운영하는 ‘더 블랙’ 본사에서도 또 다른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큰별은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과거의 인연, ‘작가 지망생’ 은하와 공조하게 됩니다. 은하는 ‘죽이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야망을 안고 있으며, 이번 사건이 글감이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하지만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고 거대한 음모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지점은 단순한 SF적 장치와 매끄러운 추리의 결합을 넘어 현대 사회가 품고 있는 ‘감시’와 ‘기술’의 윤리적 한계를 날카롭게 성찰한다는 점입니다. 독자들은 책 속 블랙박스가 단순한 수단을 넘어 ‘감시의 연장’으로 작동하는 미래 사회에 자신을 투영하게 됩니다. 작가는 “과도한 상상도 있고, 있을법한 설정도 버무려지며... 속도감 있는 전개”라는 장진 감독의 평가처럼, 현실과 상상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또한, 작품 후기나 리뷰를 통해 알 수 있듯, 탄탄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일부 독자들은 인물의 감정 변화나 서사가 다소 얕게 느껴진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서스펜스보다는 장치 중심으로 흘렀다는 평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리뷰어는 “캐릭터가 일차원적이고 문장은 상투적”이라는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