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거나 준비하지 않는다.
'유성호의 유언노트'는 3,000건이 넘는 부검을 직접 수행해온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가 들려주는 죽음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다.
이 책은 단순히 법의학적 사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삶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지 묻고 답한다.
책의 가장 인상 깊은 메시지는 “유언은 죽기 직전에 쓰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정직하게 돌아보는 실천”이라는 점이다.
유 교수는 매년 스스로 유언을 쓰며 자신의 삶을 점검한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히 ‘죽음의 대비’가 아니라, ‘삶의 방향 설정’이라는 점에서 큰 울림을 준다.
특히 “나 없는 내일을 상상하며 부고를 써보라”는 조언은 내 삶의 최종 목적지를 되짚게 한다.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들, 이루고 싶던 꿈, 남기고 싶은 말들을 떠올리다 보면, 지금 무엇을 우선으로 살아가야 할지 자연스레 정리된다.
그리고 이 책은 연명의료, 존엄사, 조력사망과 같은 생명 결정권 이슈도 다룬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과 가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우리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할 권리가 있는지 묻는다. 곧 삶의 주인은 결국 ‘나’이며, 죽음 또한 나의 몫이라는 점은, 지금껏 외면해왔던 죽음의 주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책에서 소개되는 실제 유언 사례들과 다양한 죽음의 이야기들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본질에 접근하게 만든다. 어떤 이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남기고 떠나고, 또 어떤 이는 사랑과 감사로 삶을 마무리한다. 그 차이는 결국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유언이 삶의 요약이라면, 지금 우리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유언의 재료가 될 것이다.
'유성호의 유언노트'는 죽음을 가르치는 책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삶을 더 깊이 사랑하라고 말하는 책이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피하는 대신, 삶을 더욱 충실히 살기 위한 거울로 삼을 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유언을 준비하게 된다. 매일을 마지막처럼 살라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말의 진정한 무게를 깨닫게 된다.
죽음을 마주함으로써 비로소 삶이 또렷해진다는 점에서 이 책은 삶을 계획 없이 흘려보내는 이들에게,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끝을 외면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삶의 리마인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