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이탈리아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가 양자역학의 기원과 그 철학적 의미를 대중적으로 설명하고있다.
물리학 이론서라고 하면 어렵고 추상적인 공식들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책은 과학자들의 열정과 고뇌,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이 책은 1925년, 젊은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가 독일의 헬골란트 섬에서 양자역학의 기초를 발견한 순간에서 시작된다. 하이젠베르크는 고전 물리학이 설명하지 못하던 전자의 움직임을 "도약"이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설명했고, 이는 후에 보어, 파울리, 디랙 등과 함께 현대 양자역학의 핵심 이론으로 발전한다.
로벨리는 이 양자역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관계성"을 강조한다. 즉, 사물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서술한다.
전자의 위치나 속도 같은 물리적 특성도, 그것을 관측하는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서만 정의될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고정되고 절대적인 세계관을 깨뜨리며, 시간과 공간, 존재 자체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을 바꾸게 만든다.
책은 또한 이 관계적 세계관이 불교의 ‘공(空)’ 사상과 닮았다고 말하며, 서양의 과학과 동양의 철학이 같은 본질적 질문에 도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있다.
로벨리는 양자역학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인간 존재와 인식,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임을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문득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시해왔던 존재 개념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라는 존재도 결국 수많은 타인, 환경, 시간, 사건과의 관계 속에서만 정의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혼자 있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또한 이 책은 단지 과학 이론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묻는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가진다’는 주장은 나 자신의 존재마저 새롭게 바라보게 했고, 세상과 분리된 고립된 개체가 아닌 연결된 존재로서의 나를 깨닫게했다.
이 책은 천천히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이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관계적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결국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과학의 언어로 쓴 인간론’이라고 말하고싶다.
과학이 이토록 철학적일 수 있다는 사실과 나와 세상, 타인과의 관계를 더 의미 있게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