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지식소매상인 유시민 작가의 관심사는 여러 곳으로 펼쳐진다. 역사, 경제, 민주주의, 여행.. 그런 그가 과학을 주제로 책을 썼다. 과학은 또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해졌다. 책은 나에게 어쩌면 익숙한 이야기다. 과학과는 거리가 먼 문과생으로, 누가 뭐래도 문과적 성향이 가득한 개인적 성향으로 과학은 중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배운 얕은 지식이 다였다. 작가는 이 책에서 한 명의 비전공자로서 과학을 공부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가 과학을 공부한 이유는 단순한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더나은 글을 쓰고, 세상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다. 역시 과학마저도 문과적으로 풀어간다. 아니 어쩌면 문과 이과는 학교다니던 시절 하나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기준일 뿐 모두 세상을 바라보는, 살아나가게 하는 지식의 한 갈래들 일 것이다.
책은 저자가 과학의 기본 개념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책들을 참고했는지를 매우 성실하게 기록하고 있다. 특히 칼세이건의 '코스모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제임스 글리크의 '카오스' 등 고전 과학 교양서들을 읽고 그것을 '문과 언어'로 해석하려한다. 그는 단순히 내용을 요약하지 않고 그 책에서 느낀 감정, 낯선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애쓴 흔적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일상적 언어로 옮길 수 있을지를 고민하여 서술한다. 그는 지식 소매상이다!!
예를 들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며 그는 과학이 단순한 기술의 집합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과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유전자의 관점으로 생명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의 혁명성을 다루며, 기존의 인간 중심적 사고가 얼마나 협소했는지를 짚는다. 이런 부분에서 유시민의 지식 소매상으로의 글쓰기, 비전문가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면서도 사유의 깊이를 잃지 않는 방식의 글쓰기가 빛을 발한다.
유시민 작가는 과학을 공부하며 세계에 대한 태도 자체가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과학은 단순히 자연을 설명하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세계와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문과와 이과, 인문과 자연의 경계를 가르기보다는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번역하려는 시도는 그런 의미에서 더욱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