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주 작가는 삶과 수행, 그리고 인간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해 온 작가이다. 특히 젊은 시절부터 이어졌던 법정스님과의 인연은 그의 문학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법정 스님의 철학을 문학적으로 해석한 [산은 산 물은 물]과 [소설 무소유]를 통해 무소유의 삶, 비움의 가치, 수행자의 고요한 내면을 표현해냈다.
[한잔 술에 담긴 조선]에서는 "술"이라는 일상의 매개체를 통해 조선의 권력, 신화, 민중의 삶을 탐색하여 역사와 인간을 관통하는 통찰을 담아낸다. 이 책은 단순한 술 소개서가 아니다. 조선시대의 술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사고방식, 정치 운영 방식, 민속 신앙과 공동체 문화까지 폭넓게 조망한다. 왕들은 술을 통치의 도구로 사용했고, 백성들은 술을 통해 한을 풀고 신에게 기원했다. 술은 단지 기호품이 아닌, 인간의 욕망과 유대를 드러내는 상징이었던 것이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정조가 백성들과 함께 술을 나누는 장면이다.
"정조는 무거운 정치의 자리를 잠시 내려놓고, 백성과 함께 어울려 술을 나누며 그들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지고자 했다. 그 술자리는 통치가 아닌 위로였고, 명령이 아닌 공감이었다." 이 장면은 술이 단순히 취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정서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주는 술을 통해 백성의 삶을 이해하려 했고, 이 작은 행위 속에서 정치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이 책은 "술"이라는 친숙한 소재로 시작해 역사, 정치, 신화, 철학을 하나로 엮는 문화적 여정을 선사한다. 술을 권한 왕, 술을 마신 백성, 신에게 바쳐진 술... 그 모든 장면은 곧 조선의 삶이다.이 책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인간을 이해사고 시대를 느끼게 하는 따듯한 기록이다. 작가는 법정스님의 침묵과 수행의 깊이를 글로 표현했던 것처럼, 조선의 술잔 속에서 인간의 고뇌와 연대를 찾아낸다.
이 책은 단지 옛날 술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누구와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