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추리소설이지만, 뭔가 새로웠다. 1991년 일본 가나가와현 아동 유괴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누가 범인인가?' 보다는 '왜 유괴를 했고, 왜 당했으며, 어떻게 찾을것인가?' 식으로 전개된다.
소설의 첫인상은 압도적인 현실감이다. 작가의 치밀한 취재 덕분에 몰입감을 느껴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나중에 무슨 내용이었지 하고 돌아가서 읽어도, 어떤 부분인지 잘 찾을 수 있을만큼 몰입했다. 당시 수사에 사용된 장비, 수사 기법, 심지어 사건 발생 지역의 지리적 특성까지 세밀하게 묘사되었다. 이러한 리얼리티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독자들이 유괴된 아이가 겪은 공백기를 더욱 생생하게 느끼도록 돕는 장치다. 이 시간은 단순한 한 사건이 아닌, 한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취약하고 동시에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다가온다.
이 소설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지점은 바로 존재와 생존의 의미를 묵직하게 던진다는 점이다. 피해자와 가족들이 사건 이후에도 삶을 이어가는 모습, 그리고 진실을 좇는 기자와 형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진정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고민하게 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는 중에, 이 책은 한 인간의 시간과 존재가 얼마나 소중하며, 심지어 그 안에 존재하는 공백조차도 삶의 온전한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미디어의 끊임없는 자극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상당히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단시간에 빠르게 몰입해서 읽었다.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은 물론,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사회적 존재에 대한 성찰이 어우러져 단순한 이야기보다 울림이 있었던것 같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누군가 심심하고 무료하다면, 꼭 이 책을 추천해서 몰입하는 시간을 추천해주고싶다. 아마 그도 한번 읽고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