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을 배울 때 우리가 찾던 것은 최적화와 균형이었다. 경제학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학문이다. 그 도출 과정에서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한다. 이론적 논의로 받아들였기에 완전히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에 크게 거부감을 갖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한 이론은 현실 사회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리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개별적인 차원을 시장 전체로 확대해 보아도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사례는 많다.
합리적인 소비자는 재화의 효용과 가격을 비교하여 소비자잉여를 극대화하는 소비를 하지만, 현실의 소비에서는 거래효용이라는 것이 발생한다. 준거가격 때문에 기준이 생겨버리고 실제 지불가격과의 차이에서 인간은 또 다른 효용을 느낀다. 합리적인 인간에게는 준거가격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판매가격보다도 할인 전 정가를 보면서 흐뭇하게 소비를 한다. 그래서 정직한 가격보다는 높은 정가와 상시적인 할인이 마케팅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판매자도 물건을 많이 팔고, 소비자도 정상적인 효용에 추가로 거래효용을 얻기 때문에 윈윈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결론적으로는 합리적이지 못한 인간이 합리적이지 못한 경제적 판단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는 물건이 나에게 주는 효용이 없음에도, 할인 판매라는 마케팅에 넘어가 거래효용만을 보고 물건을 구입하는 사례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매몰비용은 현실에서 정말 적용하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이미 지불한 비용이고, 이는 현재와 미래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지불한 것에 영향을 받고, 심지어 과거에 지불한 비용을 투자로 착각하기도 한다. 인간의 심리적인 한계를 잘 활용하면 오히려 자기통제에 좋은 영향을 줄 수 도 있을 것 같다. 오늘 내가 운동을 할 것인가는 지난주에 구입한 월간 회원권과는 무관하지만, 우리는 매몰비용이라는 비합리적인 사고 덕분에 억지로 운동하러 가는 바람직한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한다. 저자의 다른 저서인 넛지의 핵심 주제처럼, 합리적이지 않은 인간의 행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대목인 것 같다.
최근 대통령 선거에서 논쟁이 된 호텔경제학과 관련하여 몇 가지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다. 소비에 있어서 케인스의 한계소비성향은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을 거쳐 모딜리아니의 생애주기가설까지 확장됐다. 합리적인 개인은 소비 평탄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정부지출은 케인스의 예상만큼 승수 효과를 낼 수 없고, 더 나아가 생애주기에 거쳐 소비 평탄화를 할 경우 정부의 지출 확대 효과는 미미하게 된다. 합리적인 개인은 이용가능한 모든 정보를 활용하여 완벽한 예상을 하기 때문에 예상된 정부의 지출확대는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하고 물가 상승만을 가져오고, 효과를 위해 기습적으로 펼치는 예상하지 못한 정책은 장기적으로 정부 신뢰 저하만 가져올 뿐이다. 하지만 합리적 인간이 아닌 일반사람들은 마음속에 심리적 계좌(mental account)를 갖고 있고, 정부의 지출 내지는 지원금이 어떤 심리적 계좌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하우스머니효과를 낼 수도 있고, 저축으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정부가 주는 돈은 공돈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소비해 버릴 것이다. 25만원을 남은 여생 40년에 걸쳐 소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가계부에 기록해서 다음 달까지 쓰는 사람은 있겠으나.
다른 어떤 시장보다도 금융시장은 합리적인 주체들의 차익거래로 인해 매우 효율적인 시장이라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과거 통계를 보면 주당 순이익이 낮은 가치주의 높은 수익률이나, 시기에 따라 일정하게 나타나는 수익률 패턴 등 시장 효율성에 반하는 사례들이 많다. 거품에 대한 시각도 정통 경제학과 행동경제학의 시각 차이는 매우 크다.
행동경제학은 실제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정통경제학과 다른 시각을 취하고 있다.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은 개인은 이 책의 원제처럼 misbehaving을 하고 있다. 합리적인 개인이 알아서 최선의 선택할 것이라고 하면서 방치할 것이 아니라, 보편 타당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 넛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인류에 더욱 도움이 되는 방향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