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어느 순간부터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생기는 주인공의 몽허하고 환상적인 시점으로 글을 풀어나가고 있는데 이 소설을 읽기전에도 혹시 이번에도?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였다.
이 책은 총 3가지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주인공과 주인공 어린 시절부터 사랑했던 소녀가 나오고 두 번째는 주인공이 중년의 아저씨로 나오는 현실 세계이다. 세 번째는 어떤 소년이 나오는 이 소년은 서번츠 증후군을 가진 천재 소년이다.
이 소설에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 순수성을 간직한 어떤도시 그리고 주인공이 구토감을 느끼는 현실세계 두 개의 큰 공간적 배경이 있다. 현실에서 주인공은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중년의 미혼 남성이다. 그는 현실 세계가 자신을 위한 공간이 아님을 피부로 느끼면 살아간다.
이에 반해 그가 떨어진 도시에서 그는 할 일이 있다. 바로 꿈을 읽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도시는 주인공이 순수함을 간직했던 시절, 상실을 겪기 이전에 소녀와 함께 만들어가던 상상 속의 도시이다.
이 도시 안에서 주인공은 자신만이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것을 하며 살아간다. 여기에서 주인공은 안정감, 편안함을 느끼고 어린 시절에 만났던 소녀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책에서 중요한 두 공간적 배경 사이에 놓인 불확실한 벽이다. 도시는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성벽은 견고하며 상처하나 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이 성을 나가기로 결심했을 때, 그 견고해 보이던 성벽은 하나의 꾸덕한 점액질에 불과하다.
자신이 머물고 싶은 내면과 돌아가기 싫은 현실 사이의 벽은 절대적인게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이상이 다르다. 그러나 인간은 어찌 되었던 현실에 살아야 한다.
시간이 흘러가지 않는 허공에 떠있는 도시에서 살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허공을 벗어나 땅에서 살 수 밖에 없다.
그게 가족이던, 애인이던, 친구이던 간에 어떠한 편견없이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허공에 떠다니지 않게 자신을 꽉 메어주는 무언가 의미 있는 것들을 지산에서 찾아야만 인간은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상을 버리라는 것일까? 내 대답은 아니다 이다.
지은이는 이상과 현실을 받아들여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나에게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