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하지만 특별히 화려한 문장이 아니다. 주인공이 이색적인 상황이나 소재 속에 처해 있다거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아니다. 노골적인 퇴폐를 드러내지도 않는다. 주인공 다이스케는 30살 백수다. 집에 돈이 많다.
아버지가 러일전쟁을 틈타 사업을 크게 일으켰다. 형도 그 일을 돕고 있다. 다이스케는 고등지식인 한량이고 매일 빈둥거리며 외국에서 주문한 원서를 반나절 읽고 부끄럽지 않은 실력으로 피아노 건반을 땡깡거리고 게다짝을 딸깍거리며 집주변을 돌아댕기기도 하고 인력거나 전차를 타거나 마당에 물을 뿌리고 낮잠을 자거나 은초롱꽃을 꺽어 물이 반쯤 들어있는 수반에 담근다. 매일매일이 그렇다.
사업상의 비리를 약간씩 저지르면서 성실과 노력이니 운운하는 그런 아버지를 은근히 경멸한다. 그러나 애써 충돌해야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거짓 아첨을 하지않으면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안개같이 뿌연 휘장을 아버지와 나 사이에 둘러친다.
형은 항상 바쁘고 사교상의 예의를 깍듯이 챙길 줄 알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그런점에서 나 다이스케와 형은 겉보기엔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다. 얼른 보면 형제가 서로 닮아있는 거 같다. 나 다이스케는 물질의 필요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생활에 쫓겨 뇌와 신경 감각이 마비되는 상태를 또한 혐오한다. 다이스케는 한량이다. 다이스케는 그 스스로가 겁쟁이인 줄을 안다. 그러나 부끄럽지 않다.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다이스케와 친구 히라오카, 지금은 히라오카의 처가 된미치요, 이 셋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억지 로맨스가 폭발적으로 돌출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친구의 방탕 덕분에 물질적인 궁핍을 겪고 있는 그녀가 안되보였을 뿐이다. 주인공의 머리속 공간을 잠식해 들어가는 그녀에 대한 감정은 점점 위험한 선홍빛으로 바뀌어간다. 그녀를 향하는 마음의 묘사는 점증하면서 반복된다. 그리고 330페이지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비로소 멜로드라마를 빙자하는 절정의 한 순간을 드러낸다. 그런데 구질구질하지 않고 뽕짝같은 기운도 없다. 마지막까지 그 느낌이 깨끗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