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이기에 통속적이는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남자와 여자의 만남이라면 흥미롭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과거와 현재, 공간이 뒤섞여 전개되면서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도 힘들었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난해함과 무거움이 느껴졌다.
작품속에서 남자와 여자의 만남은 진행형이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 이루어질 뿐 그 이후 만남이 지속되었는지 아니면 더 이상의 만남은 없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러한 여운이 이 작품의 백미 일지도 모르겠다.
여자주인공은 어려서 부터 언어를 인식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던 것 같다(마치 한강 작가의 이야기 처럼). 그러나 출생에 대한 어린시절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17세가 된 어느 순간 말을 잃어 버리게 되었고 새로운 언어를 통해 그 말을 다시 되찾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후 이혼과, 아들 양육권 소송 등을 거치면서 그 충격에 말을 또 다시 잃어버리게 되었다. 지금은 이러한 절망속에서도 그 말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기대를 갖고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고대어인 희랍어라는 아주 낯선 언어를 배우고 있다.
남자주인공은 가족 모두가 독일로 이민을 가서 그 곳에서 학창시절과 성장기를 보내게 된다. 유독 희랍어와 수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으나, 실명이라는 유전질환을 갖고 있고, 첫사랑 실패와 친구가 사망하는 충격을 겪게 된다. 이후 홀로 한국으로 귀국하여 학원에서 희랍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이제는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어느 날 두 주인공은 학원으로 날아 들어 온 한마리의 새로 인해 접촉이 이루어 진다. 새를 학원 밖으로 내 보내려는 여자주인공, 그러나 새는 정반대로 학원건물내 더 깊숙한 계단 밑으로 들어가게 되고, 남자주인공 또한 이 새를 안전한 밖으로 내보내려다가 자신의 안경을 떨어트리게 된다. 그나마 희미하게 세상을 보여주던 안경마저 잃게 된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의 도움으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남자주인공은 마치 혼자말처럼 자신의 상처와 과거를 이야기 하게 되고,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를 느끼게 된다.
우리는 상실과 고통을 어떻게 견디어 내고 있을까? 나는 얼마나 진지하게 마주하고 있는지, 혹시 회피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