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국어나 문학 수업을 좋아했지만 졸업 후 읽은 건 보고서가 더 많을 정도로 감수성은 메말라갔다. 최근의 국어 또는 한글을 강조하는 책을 본 적이 있긴 하나 어휘에 너무 많은 힘을 주고 있어서 읽다가 지친 기억도 있었다. 좋은 국어 읽기에 어휘가 밑바탕이 되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밑바탕을 강조하다 보니 국어의 목적 자체를 잃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중 일게 된 나민애교수의 '다시 만난 국어'는 아주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우리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독서를 하고 국어를 읽는 이유는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함이 아니라 저자와 대화를 하기 위함이다. 사실 대중적인 강연이나 혹은 일대일 대화 등 말을 통한 의미 전달은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속 깊은 대화를 갈망하지만 그 대화가 너무 길거나 또는 잦다면 오히려 감정에 독이 될 것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너무 자주 깊은 푸념을 자주 듣다 보면 동질감보다 오히려 짜증이 나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감정인 것이다. 독서는 대화의 이러한 단점을 제거하고 저자와 대화를 할 수 있다. 저자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감정적으로 동화되지 않으면 우리는 조용히 책장을 덮기만 하면 된다.
나민애교수님도 책 속에서 이야기한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작은 책을 초등학교 시절에 한번 그리고 고등학생 때 다시 읽은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때는 그저 이야기가 재밌다고만 생각했다. 서로 밟고 올라가는 애벌레를 보면서 어리석다 생각했었는데 불과 6년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읽었을 때는 모든 애벌레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그 내용을 생각하면 아직도 애벌레의 기둥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한 중년의 내가 참으로 어리석은 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국어의 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자와의 대화가 다르게 이해된다는 장점이 있다. 마치 똑같은 태양이지만 인간에게는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듯이 좋은 책 그리고 깊은 독서는 시간과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나민애교수는 이런 국어를 어렵지 않다고 우리에게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시, 소설, 에세이. 동화, 비평문 등 다양한 분야의 국어와 그리고 읽기, 쓰기, 말하기 같은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펼쳐서 보여준다. 나에게 이 책은 어릴 적 할머니 곁에 누워서 듣던 옛날 이야기 같았다. 국어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국어와 친구가 되는 첫걸음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