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과 개인의 기억, 상처, 그리고 치유의 과정이 섬세한 문체로 녹아 있는 소설이다.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하여 그 당시의 학살과 폭력을 살아남은 인물들의 이야기와 현재를 교차하며 전개된다. 한강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와 섬세한 감수성이 더해져, 읽는 이로 하여금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 그리고 기억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경하는 친구 인선으로부터 갑작스런 연락을 받는다. 사고를 당해서 서울의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이다. 인선은 제주에서 목공예를 하는 친구였는데 그라인더 사고로 손가락 두개가 잘리고 급하게 봉합을 위해 서울로 이송된 것이다. 인선은 경하에게 부탁을 한다. 지금 당장 제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가서 앵무새에게 밥과 물을 주라는 것이다. 내일만 되어도 앵무새는 죽게 된다는 것이다. 경하는 급하게 비행기로 제주로 향한다. 하지만 제주는 눈폭풍에 싸여있다. 가까스로 탄 버스는 막차였고 인선의 집까지 가는 것이 불가능하게 보일 정도로 험한 여정이다. 포기해야하나 싶은 생각에 휴대폰의 배터리가 거의 없는 와중에 인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인선에게 위급한 일이 일어난 것 같다. 마음이 급해진 경하는 일단 인선의 집으로 가서 배터리 충전부터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경하는 눈길에 미끄러져 피투성이가 되는 큰 부상까지 입으면서 겨우 인선의 집에 도착했지만 앵무새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다. 앵무새를 마당에 묻고나니 눈 폭풍은 더 심해지고 심지어 정전까지 된다. 보일러가 나가고 집은 싸늘하게 식어가는데 열은 오를대로 오르고 오한과 구토가 치민다. 차가운 집에서 경하는 자신이 여기에 죽으러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날이 밝아 일어나니 몸이 좀 괜찮아진 것 같은 경하는 새장에 앵무새가 살아있는 것을 본다. 분명 죽은 것을 땅에 묻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서울에 병원에 있어야할 인선이 집으로 들어선다. 많은 독자들이 이 장면에서 경하와 인선이 운명을 달리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인선의 어머니는 가족 모두를 4.3사건때 잃었다. 어머니의 일생은 4.3사건때 행방불명된 오빠의 흔적을 찾는 것과 4.3사건의 증거들을 최대한 모으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치매로 고생하다 돌아가시자 인선은 어머니의 뒤를 이어 역시나 4.3사건의 흔적들을 모으고 정리한다. 친한 친구인 경하에게 4.3사건의 끔찍함과 어머니의 가족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알려주었고 영상까지 보여주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인선과 경하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들은 그대로 잊혀져야 하는가. 죽은 사람들과 완전히 작별해야 하는가. 암전 속에서 기적적인 불꽃이 피어날 수 있는가.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겪는 고통과 상실, 그리고 기억의 문제를 탐구하며, 우리가 과거와 어떻게 작별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한강의 문학적 감수성과 역사적 문제의식이 결합된 이 소설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이야기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우리는 과거와 완전히 작별할 수 있는가? 혹은 그 기억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작가는『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우리에게 그 답을 찾는 여정을 함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