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한국』은 박한슬 작가가 다양한 통계를 통해 한국 사회를 입체적으로 분석한 책으로, 단순한 수치 나열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은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맥락을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노동과 관련된 통계 분석은 이 책의 핵심 중 하나로,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이 얼마나 위태롭고 불균형한지를 수치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책에서는 먼저 한국의 과로 문제를 지적한다. OECD 평균보다 훨씬 긴 근로시간은 유명한 통계지만, 저자는 단순히 “한국인이 오래 일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장시간 노동이 집중된 계층과 산업군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예컨대 서비스업, 특히 플랫폼 노동자와 배달 노동자들은 통계상 자영업자나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며, 이들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근로시간은 길지만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은 미비하다.
또한 한국의 임금격차 문제도 상세히 다루어진다. 같은 연차와 학력을 가진 노동자라도 기업 규모나 정규직/비정규직 여부에 따라 임금 격차가 현저하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준다.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5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과 5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차이는 무려 두 배 이상이며, 이는 단순한 소득 차이의 문제를 넘어 삶의 질과 미래 기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이를 “단일 국가 내의 이중 노동시장 구조”로 설명하며,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정치·사회 시스템의 실패라고 지적한다.
특히 인상적인 통계 중 하나는 ‘실업률’과 ‘고용률’의 괴리에 대한 분석이다. 한국의 공식 실업률은 OECD 평균보다 낮지만, 고용률 역시 낮은 편이며, ‘실업’ 상태로 분류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특히 청년층과 여성)**가 많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저자는 이를 두고 “낮은 실업률은 착시일 수 있다”며, 통계의 맹점을 짚는다.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은 공식 수치보다 훨씬 높으며, 특히 졸업 후 수년간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층이 다수 존재하는 현실이 드러난다.
또한 노동시장 내 성별 불평등에 대해서도 뚜렷한 시선을 제시한다.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의 약 65% 수준이라는 통계 외에도, 경력단절 여성이 재취업 시 마주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 구조와 승진, 연봉 협상, 노동시간 유연성 부족 등 구조적 차별 요인이 통계로 제시된다. 이는 단순한 차별의 문제가 아닌, 출산율 저하나 경제활동참가율 저하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노동의 미래와 자동화에 대한 통계적 전망이다. 책에서는 한국이 OECD 국가 중 자동화 위험이 높은 직군 비율이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이는 단순히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문제가 아니라, 재교육 및 직무 전환 체계의 부재라는 구조적 취약성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한다.
총평하자면, 『숫자한국』은 단순히 ‘숫자를 읽는 책’이 아니라, 숫자를 통해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노동 문제의 구조적 모순을 깊이 있게 통찰하게 만든다. 특히 노동과 관련된 통계들을 날카롭게 해석하며, 기존 제도와 통계의 한계, 그리고 우리가 간과해온 현실을 드러낸 점이 큰 강점이다. 숫자를 읽되, 그 이면의 사람을 보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