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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않는다
5.0
  • 조회 222
  • 작성일 2025-06-26
  • 작성자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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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강이 제주 4·3 사건을 알리고자 했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계기로, 경찰 및 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남한의 단독선거·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를 일으키고, 그 이후 1954년 9월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이 발생하였으며,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제주 4·3 사건.

우듬지가 잘린 단면마다 소금 결정 같은 눈송이들이 내려앉은 검은 나무들과 그 뒤로 엎드린 봉분 사이로 나는 걸었다. 점점 빠르게 바다가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이미 물에 잠긴 무덤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위 쪽에 묻힌 뼈들을 옮겨야 했다. 영문도 모른채 죽어야만 했던 그 많은 생명과 몸과 뼈 들..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읽으면서부터 악몽을 꾸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직접적인 폭력이 담긴 꿈들이었다. 공수부대를 피해 달아나다 어깨를 곤봉으로 맞고 쓰러졌다. 엎어진 내 옆구리를 발로 차서 몸을 뒤집던 군인의 얼굴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경하는 친구 인선의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간다. 경하의 말을 듣고 목공작업을 하다가 손가락이 잘려 나간 친구.. 그간의 안부를 친구에게 물었을 때 경하는 그 모르는 벌판에 눈이 내리고 검은 나무들 사이로 바다가 밀려들어온다고 인선에게 말한다. 인선은 제주도 집에 있는 앵무새를 죽게 내 버려둘 수 없다며 친구 경하에게 제주로 내려 가 앵무새에게 물을 주라고 부탁한다. 경하는 내키지 않는 제주 나들이를 그렇게 시작하고. 친구의 집에 가기까지 폭설을 만나 산에서 굴러 떨어지는 고초를 겪은 뒤 친구 인선의 집에 도착하지만 새는 이미 죽어 있었고 경하는 그 새를 묻어 준다. 그러다가 굶주림과 탈진으로 까무룩 잠이 들고 거기서 인선을 만나 옛날에 있었던 끔찍한 제주 학살 사건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에겐 역사적 사실로, 사건으로만 사료들로만 접할 수 있는..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실재로 겪었던 참혹한 살육의 경험을.. 이승인지 저승인지 모호한 경계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렇게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렇게 제주 인선의 집에서 만남 두 사람은 생시의 사람인지 사후의 영혼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한다. 경하의 말을 듣고 목공작업을 시작한 인선. 그들만의 프로젝트, '작별하지 않는다.' 인선의 물음에 경하가 답한다. 작별하지 않는다.

1948년 겨울, 삼만 명의 사람들이 제주에서 살해되고, 이듬해 여름 육지에서 이십만 명이 살해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제주에 사는 삼십만 명을 모두 다 죽여서라도 공산화를 막으라는 미 군정의 명령이 있었고, 그걸 실현할 의지와 원한이 장전된 이북 출신 극우 청년단원들이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섬으로 들어왔고, 해안이 봉쇄되었고, 언론이 통제되었고, 갓난아기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 살 미만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고, 그 전례에 피가 마르기 전에 전쟁이 터졌고, 제주에서 했던 그대로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추려낸 이십만명이 트럭으로 운반되었고, 수용되고 총살돼 암매장되었고, 누구도 유해를 수습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다. 전쟁은 끝난 게 아니라 휴전된 것 뿐이었으니까. 휴전선 너머에 여전히 적이 있었으니까. 낙인찍힌 유족들도, 입을 떼는 순간 적의 편으로 낙인찍힐 다른 모든 사람들도 침묵했으니까. 골짜기와 광산과 활주로 아래에서 구슬 무더기와 구멍 뚫린 조그만 두개골들이 발굴될 때까지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고, 아직도 뼈와 뼈들이 뒤섞인 채 묻혀 있다. 그 아이들을 생각하다 밤에 길을 나선 인선은 감정의 격정 속에서 그 아이들을 만난다. 심장이 쪼개질 것 같이 격렬하고 기이한 기쁨 속에서 생각한다. 경하와 하기로 한 통나무들을 심어 먹을 입히고, 눈이 내리길 기다려 영상으로 담는 작업을 해야겠디고..

제주 4·3 사건은 사건의 충격과 참혹함이 외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민·관·군이 합작하여 무고한 제주 사람들을 상대로 벌인 살육의 만행. 사람 목숨을 짐승의 그것보다도 가볍게 여긴 광기의 축제. 영문도 모르는 채 폭행 당하고 죽임을 당한 가여운 사람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행복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들의 명복을 온 마음을 다해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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