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 작가의 "찬란한 멸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멸종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나는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멸종이 왜 찬란하다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졌고, 책을 덮는 순간 그 의미를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이 책의 시작은 인류가 멸종한 후의 가상 미래, 2150년이다. 인류가 화성 테라포밍에 실패하고 지구에서도 자멸하면서 세상은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 세계에서 살아남은 인공지능(AI)이 독자인 나에게 말을 걸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인류 문명을 기록하고 이해하려는 존재로, 나를 데리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은 일반적인 연대기 순서와는 반대로 진행된다. 우리는 인류의 마지막 시점에서 출발해 점점 과거로 되돌아가며 수많은 생명체들의 ‘멸종’을 지켜본다. 범고래, 네안데르탈인, 삼엽충, 산호 등 다양한 생물들이 1인칭 시점으로 직접 자신의 삶과 멸종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각 생물들의 시점은 매우 독창적이고 생생하여, 마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이 여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멸종은 단순히 죽음과 끝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생명의 진화와 전환의 순간이다.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페름기 대멸종 등 역사상 다섯 번의 대멸종을 지나면서 자연은 매번 더 정교하고 복잡한 생명체를 탄생시켜 왔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멸종은 찬란하다"고 말한다. 생명의 다양성과 창조성은 바로 이 멸종의 반복 속에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여섯 번째 대멸종은 과거와 다르다. 그것은 운석이나 초화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인간 때문이다. 산업화 이후 급격한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파괴, 자원 남획 등 인간의 활동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고, 그 결과로 수많은 생명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지고 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과학 정보 전달을 넘어, 우리에게 변화의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작가는 지구가 위험한 게 아니라, 인간이 위험한 것이라고 말한다. 인류의 멸종은 지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며,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멸종은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책은 절망보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인간만 변하면 된다고 말하며 희망을 놓지 않는다. 과학과 생태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문체를 통해 독자가 부담 없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멸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생생하고 명쾌하게 풀어낸 저자의 역량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