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장편소설 하얼빈을 읽고
안중근 의사의 이토히로부미 저격 사건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인간 안중근의 깊은 내면과 번민, 그리고 동양 평화라는 그의 원대한 이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수작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와 더불어 제국주의 시대의 비극성과 그 속에서 분투했던 사람들의 희생을 담당하고도 강렬하게 전달하며, 오늘날 우리에게 역사적 의미와 기억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하는 묵직한 울림을 주는 소설이다.
이 책은 안중근을 알고 있는 대부분의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으나,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 역에서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삼고 있으나, 안중근 의사의 단순한 위인전이나 역사 기록의 차원은 내용은 아닌것 같다
핵심적인 내용은 안중근이라는 한 인간의 처절한 고뇌와 신념, 그리고 그를 둘러싼 20세기 초 동아시아의 격변기라는 비극적인 시대상을 치밀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낸 작품인 동시에, 작가 김훈 특유의 절제되고 견고하면서도 응축된 문장은 인물의 내면과 풍경을 깊이 있게 파고들며 독자에게 강렬한 질문을 던지는 구조이다
안중근을 완벽한 영웅으로 신격화 하기보다 살아 숨 쉬는 인간 안중근의 내면 깊은 곳을 탐색하게 하며, 그의 고뇌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눠볼 수 있을것 같다
첫째는 종교적 양심과의 충돌인데,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그는 살생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에 십자가 앞에서 고뇌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살인을 결심해야만 했던 처절한 갈등에 비중을 많이 뒀다
둘째는 동양 평화에 대한 번민과 비젼으로 단순히 이토를 처단하는 것을 넘어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갈망했으며,
일본과 조선, 청나라가 함께 힘을 합쳐 서구열강에 맞서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었다
이토를 처단함으로서 일본의 침략 야욕등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두려움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흐름을 막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서 의거를 결행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고독한 선택을 표현하고 있다
셋째는 개인의 삶과 대의 사이의 괴리로 안중근 개인이 겪는 고통과 번민을 보았다
가족을 뒤로하고 망명길에 오르면서 겪는 부재의 슬픔, 동지들의 희생을 목격하며 느끼는 죄책감, 끊임없이 자신을 시험하는 운명 앞에서 흔들리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도 보인다
이토의 저격을 결심하고 실행하기 까지의 2년여의 여정을 시간순으로 나열하고 있으며, 당시 치열하게 목숨을 지키는 의병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포로로 잡은 일본군사를 국제법에 따라 풀어주었다가 오히려 그들로 인해 의병 부대가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는 비극적인 사건은 안중근에게 깊은 절망과 함께 전략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리하여 무력 투쟁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는 전쟁임을 절감함과 동시에 이토를 처단하여 개인적인 응징을 이룸과 동시에 국제 사회에 조선의 독립 의지를 천명하는 방법으로 선회하게 된다
결전의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동지들과의 내용들, 하얼빈으로 향함과 하얼빈역까지 도착하기 까지의 여정을 통해 심리적으로 극대화로 표현하고 있다
하얼빈의거 후 뤼순감옥에서의 시간들, 익히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조기 교육등 위인들의 전기문을 통해 잘 알고 있는 내용들로 되어 있다
소설은 안중근 개인의 영웅적 행동 뒤에 숨겨진 시대 전체의 아픔을 잘 볼 수 있으며, 김훈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인물의 내면과 본질을 꿰뚫는 그의 문장은 독자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지도 못하고, 고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한 현실을 암시하며 역사적 기억과 추모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과거의 비극을 통해 현재를 성찰하고, 망각하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는 작가의 강렬한 메시지가 두루 담겨 있는 소설이다.
뜨거운 피로 지켜낸 조국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국가의 국민적 사명등을 깊게 생각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