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제목 그대로 ‘목소리’와 ‘듣는 일’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목소리’란 단지 소리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삶, 감정, 세계관, 나아가 존재 그 자체를 의미한다. 작가는 5년간 진행했던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바탕으로, 타인의 목소리를 듣고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려 했던 경험을 풀어낸다. 인터뷰 대상은 작가, 예술가, 사회운동가, 과학자 등 다양하다. 책은 이들의 말 속에서 삶의 흔적을 읽어내고, 듣는 자로서의 태도에 대해 성찰한다.
내가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작가가 단순히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존재를 듣는 일'을 어떻게 수행해 왔는지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는 좋은 질문이란 이미 답을 알고 던지는 질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질문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사람을 이해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말보다 그 말 뒤에 숨은 맥락이나 감정을 읽는 데 더 신경을 쓴다. 이 책은 그런 나의 태도와 많이 닮아 있었다.
책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한 청각장애인을 인터뷰했던 에피소드다. 작가는 그와의 인터뷰가 특히 어렵고 조심스러웠다고 고백한다. 언어가 매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말을 하지 않는 상대’의 삶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말은 하지 않아도 목소리는 존재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나도 그런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 말보다 표정, 침묵, 분위기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들 말이다.
또한 김영하 작가는 이야기의 힘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한다. 그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들려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서야 내 마음의 구조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일도 단순한 경청을 넘어서,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이라고 느낀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시끄럽지 않다. 감정적으로 격렬하지도 않다. 하지만 조용하고 진지한 울림을 남긴다. 독서 후에는 타인의 말을 좀 더 신중하게 듣게 되고, 나 자신이 어떤 자세로 대화를 대하고 있었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감정이 아닌 태도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관계 속에서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얼마나 더 본질적인지, 그리고 그 ‘듣는 힘’이 인간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는지를 알게 해준다.
결국,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인터뷰집이면서 동시에 인간 이해에 대한 하나의 성찰문이다.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스며드는 이 책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목소리를 스쳐 지나가며 살아가는지를 일깨운다. 그리고 그 중 일부에라도 진심으로 귀 기울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관계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