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공지사항 FAQ QnA
  • New Arrival
  • BestBooks
  • Category
  • Book Cafe
  • My Books
  • 후기공유
  • 읽고 싶은 책 요청
소년이온다
5.0
  • 조회 201
  • 작성일 2025-08-19
  • 작성자 성다슬
0 0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 작품이 독자에게 결코 편안함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광주라는 비극적 역사 앞에서, 작가는 극적인 서사나 감동적인 드라마를 구성하는 대신, 철저히 ‘증언’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름조차 뚜렷하지 않은 ‘소년’ 동호를 중심에 두고, 그와 연결된 사람들의 시점이 교차하며 이어지는 구조는, 독자로 하여금 사건의 외곽이 아니라 가장 처절한 심연으로 들어가도록 강제한다.

작품 초반, 동호가 시신 안치소에서 죽은 자들을 지키는 장면은 참혹하면서도 숭고하다. 폭력에 의해 무참히 죽임당한 이들을 정리하고,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살아 있는 자가 죽은 자에게 건네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저항이었다.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묘사되는 그 순간들은 감당하기 힘든 잔혹함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성의 마지막 끈을 붙잡으려는 절박한 몸부림으로 다가온다.

소설은 한 인물의 시점에 머무르지 않고, 살아남은 친구, 고문을 겪은 노동자,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군인, 그리고 수십 년이 흘러서도 여전히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로 이어진다. 이 다층적 서술 방식은 독자가 단일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그날의 폭력이 개개인에게 남긴 상흔과 고통을 더 생생하게 느끼도록 한다. 특히 살아남은 이들이 겪는 ‘살아남음의 죄책감’은 책 전반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데, 그것은 단순한 개인의 심리적 반응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가 끊임없이 부정하고 망각해온 기억의 그림자를 의미한다.

작품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고통의 흔적이다. 한강은 광주의 죽음과 폭력을 ‘끝난 사건’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까지도 생생하게 이어지는 상흔, 침묵 속에서 끊임없이 울부짖는 영혼들의 목소리를 통해 ‘기억’의 지속성을 보여준다. 독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끝나지 않은 현재형의 고통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이 작품은 문학의 역할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 국가가 기록을 왜곡하고, 가해자가 진실을 은폐하며, 피해자가 목소리를 빼앗겼을 때, 문학은 어떻게 증언할 수 있는가? 『소년이 온다』는 직접적인 정치적 주장보다도,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개인들의 파편적 목소리를 엮어냄으로써 그 질문에 답한다. 그것은 완전한 서사가 아니며, 명확히 정리된 진실도 아니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속에서 오히려 더 진실한 목소리가 드러난다. 한강은 ‘말할 수 없음’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말해야만 함’을 보여준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고통스러웠지만,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느껴진 것은 단순한 슬픔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해야 한다’는 당위, 그리고 지금 살아가는 우리가 그날의 희생 앞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한강은 이 소설을 통해 죽은 자들을 불러내고, 그들의 목소리를 빌려 살아남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너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너는 이 죽음을 기억하는가.”

『소년이 온다』는 결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과 고통 속에서야말로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단순히 5·18 민주화운동의 문학적 재현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아직 끝내지 못한 과제, 즉 ‘기억하고 증언하는 일’의 문학적 실천이다. 독자로서 나는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광주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문학이 역사와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죽은 자를 대신해 말하는 소설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은, 살아 있는 우리 모두의 몫임을 절감하게 된다.
등록
도서 대출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취소 확인
알림
내용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