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 작가의 『호명사회』는 우리가 무심코 살아가는 디지털 사회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호명’이란 단순한 부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존재가 사회적 맥락, 디지털 알고리즘, 미디어 환경에 의해 규정되고 호출되는 방식에 대한 심도 깊은 통찰이다. 우리는 각자의 이름을 불리며 사회 속 역할을 수행하지만, 오늘날의 ‘호명’은 더 이상 사람 간의 소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등 비가시적인 시스템들이 우리를 이름 없이도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고 규정짓는다.
작가는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인사이트 전문가답게, 사람들의 무의식적 행동과 소비 패턴, 디지털 행동 양식을 분석하며 ‘호명의 메커니즘’을 풀어낸다.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우리가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한다고 믿는 많은 결정들이 사실은 정교하게 설계된 환경에 의해 유도된 결과라는 사실이다. 예컨대,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을 무심코 클릭하거나, SNS에서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를 확인하는 행위는 나의 주체적인 판단이라기보다, 외부로부터의 ‘호명’에 대한 반응일 수 있다.
『호명사회』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간의 자율성과 정체성은 어떤 방식으로 위협받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이 단지 기술과 사회 구조를 비판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송길영 작가는 인간이 능동적인 주체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를 함께 묻는다. 그는 단지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누가 나를 부르는가’, ‘나는 무엇에 응답하고 있는가’를 성찰함으로써, 타인의 기대와 시스템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는 자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그려낸 철학적 에세이이자, 디지털 문명 속 인간 존재에 대한 사회학적 보고서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누가 나를 부르고 있는가’라는 새로운 관점을 더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깊은 성찰을 하게 만든다. 『호명사회』는 단순한 정보의 책이 아닌, 삶의 태도를 다시 점검하게 해주는 인문서로서 큰 울림을 주었다. 기술과 인간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