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원의 『허밍』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나무’로 변하고, 서울이 봉쇄되며 벌어지는 인류 생존 서사를 에코 스릴러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프롤로그부터 독자를 몰입시키는 서사는, 인간이 나무가 되어가는 참담한 광경을 ‘여운’이라는 시선으로 그려낸다. 국립재난대응연구소 수습 연구원인 여운은 ‘우산’이라는 장치의 오류를 점검하기 위해 방벽으로 둘러싸인 서울로 입성하게 된다. 이 여행은 단순한 임무 수행이 아니라, 가족과 과거에 대한 기억을 마주하는 고독한 여정이기도 하다.
작중 주인공 외에도, 나무가 된 형과 누나를 돌보는 정인, 인공지능 로봇 ‘R’과 ‘미호’ 등 주요 인물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인간다움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탐색한다. 특히 나무가 된 존재들과 인간 사이의 감정적 교류는 “진정한 애도”와 “기억”의 의미를 재고하게 만든다. 예컨대, 정인은 햇빛과 물을 통해 나무가 된 형제자매들을 돌보며, 그들이 잎사귀로 ‘노래하는 것처럼’ 느낀다. 이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감정과 존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야기의 전개는 반전과 충격으로 가득 차 있다. 중간중간 긴장감을 완화하는 유머 코드 역시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서늘한 분위기 속에도 균형감을 유지한다. 특히 제목 ‘허밍’의 실제 의미가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전율이 느껴졌고, 독자로 하여금 반추하게 만드는 힘이 크고, 페이지마다 긴장과 몰입을 놓을 수 없게 한다. 감각적으로 그려지는 재난 현장 묘사, 캐릭터들의 심리 변화, 근미래적 설정의 세밀한 구성 모두가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다.
총평하자면, 『허밍』은 스릴러 본연의 긴장감과 더불어 인간성과 존재, 기억과 애도라는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걸작이다. 재난과 포스트아포칼립스 소설을 넘어, “인간은 무엇인가”, “끝난 도시에도 여전히 목소리가 있는가”를 사유하게 하는 작품이다. 끝난 것이 아니라 끝났다고 믿고 싶었던 도시에서 울려 퍼지는 희미한 ‘허밍 소리’는 여전히 독자의 귓가를 맴돌 것이다. 아주 재밌게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