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의 소설 『내 심장을 쏴라』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성격과 과거를 지닌 두 청년이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자유와 구원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자의로 입원한 ‘이수명’과 원치 않게 강제 입원된 ‘안상훈’이다. 이들은 전혀 다른 이유로 병원에 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특히 강제 입원된 상훈은 자유를 갈망하며 병원 탈출을 꿈꾸고, 소극적이고 순응적인 수명에게 그 꿈을 나누며 도전과 변화를 촉구한다.
작품은 정신병원이라는 폐쇄적 공간을 무대로, 인간이 사회라는 틀 속에서 얼마나 쉽게 규격화되고 통제되는지를 보여준다. 병원 안에서 환자들은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고, 일상은 철저하게 규칙에 묶인다. 그러나 상훈은 그런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저항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려 한다. 그는 자유를 향한 열망을 잃지 않음으로써, 독자에게 ‘삶의 본질은 선택할 수 있는 권리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소설이 인상적인 이유는, 단순한 탈출극이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 수명은 상훈의 계획을 무모하게만 여기지만, 함께 부딪히고 실패하며 점점 변해간다. 수명은 상훈을 통해 두려움 너머의 세계를 보게 되고, 스스로를 억누르고 있던 심리적 감옥에서 탈출한다. 결국 제목의 ‘내 심장을 쏴라’는 말은 물리적인 죽음이 아니라, 굳어버린 심장을 깨뜨려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묘사는 현실적이고 거칠지만, 동시에 유머와 인간미가 섞여 있어 무겁지만은 않다. 정신병원 안의 부조리한 규칙과 환자들의 개성 넘치는 행동들은 때로 웃음을, 때로 씁쓸함을 준다. 이를 통해 작가는 독자가 병원 밖의 우리 사회를 떠올리도록 만든다. 결국 병원과 사회는 크게 다르지 않으며, 사람들은 스스로 만든 틀 속에 갇혀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읽는 내내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자유는 단순히 물리적인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선택을 믿고 책임질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상훈과 수명의 여정은 그 사실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은 나로 하여금 현재 내 삶의 선택이 얼마나 내 의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정유정은 특유의 생생한 필치와 몰입감 있는 전개로, 독자를 끝까지 붙잡으며 ‘네 심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라’는 울림 있는 메시지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