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목공작업 중 손가락을 다친 인선이 병원을 입원하며 친구인 경하에게 자신의 앵무새 '아미'를 돌봐달라는 부탁으로 경하가 제주로 오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폭설이 쏟아지는 제주에서 경하는 인선의 작업실이자 어머니의 흔적이 남은 공간을 둘러본다.
평화롭던 공간 속, 인선과 나누었던 과거의 대화와 꿈이 떠오르면서 비극의 조각들이 하나 둘 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후 인선의 어머니 정심이 제주 4.3사건의 피해자이자 유족이라는 비극적 사실이 드러나며, 그녀가 오빠의 유해를 수십년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한 비극을 조명한다.
소설이 전개될수록 삶과 죽음, 산 자와 죽은 자, 제주와 대구와 경산, 새와 나무와 눈, 인선과 경하 등 경계가 모두 모호해지면서 어떤 때에는 나무자 새, 눈송이들이 의인화 되어 직접 증언하거나, 죽은 사람이 화자로 대화하는 등 고통을 계속해서 증언한다. 이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사건의 본질을 마주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비극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생명력과 저항, 그리고 기억하는 한 희망과 치유의 가능성은 계속될 수 있기에 우리는 과거와 작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억의 힘에 대한 메세지를 계속해서 던진다.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지 죽은 자와의 이별을 거부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비극적 사건이자 여전히 해결해 나가야하는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제주4.3사건'을 배경으로 다루고 있는데, 국가의 폭력이 국민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행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삶을 잃어버.린 이들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작품이다. 또한, 한강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는 단순한 역사의 재현이나 고발을 넘어, 개인의 기억과 상처에 집중하며 공포와 가족을 잃은 상실감, 그리고 긴 세월동안 피해자들이 왜 사건을 내려놓을 수 없음에도 숨죽여 살 수밖에 없었는지 그 현실을 조명하며, 소설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마음 속 깊은 곳에 울림을 준다.
그간 부족했던 우리 사회의 역사적, 윤리적 태도를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는 작품이기에, 한강작가의 작품을 평소 흥미있게 읽었거나, 잘 다뤄지지 않았던 소재인 제주4.3사건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다만, 섬세하기에 더욱 표현들이 날카로워 텍스트가 주는 고통에 면역력이 부족하다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