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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
5.0
  • 조회 229
  • 작성일 2025-06-19
  • 작성자 양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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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독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제법 고가의 도서이면서 양질의 도서를 운좋게 구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삽화의 한 페이지인 것처럼 표지 디자인부터가 감성적이고 압권이었다. 물론 도서의 두께가 만만치 않지만, 그 두께만큼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되도록이면 초등 고학년인 아이와 같이 읽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랜시간 붙어서 책을 읽는게 점점 더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지만, 나름대로 최대의 인내심과 호기심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작가의 해박한 지식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이토록 많은 식물들의 도움과 편의를 제공받으며 살아가는 인간의 나약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모른 체 평생을 살다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안타까움, 전 지구적 생명체를 생각한다면 지구는 결코 인간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깨닫는 독서였다. 우리가 뭉뚱그려 표현하는 장미꽃, 튤립, 버섯 등이 수많은 이복형제들을 두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그들 입장에서 본다면 각각 다른 생명체인데도 종류별로 묶어놓기 좋아하는 인간 때문에 모두 똑같은 장미가 되고 튤립이 돼야 한다는 게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또 인간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식물들은 어김없이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를 박탈당했으며, 커다란 농장 속 작고 비좁은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돼지나 닭처럼 사육당해야 했다.

어떤 생물도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진리도 담겨 있었다. 사과의 씨앗을 심으면 씨앗이 담겨있던 사과와는 다른 사과로 성장한다는 것, 균류를 이용해 식물들은 서로를 돕거나 죽이기도 한다는 것, 대량의 아몬드를 재배하기 위해 임의로 수천 마리의 벌을 아몬드 나무가 심어진 밭에 놓아주면, 나중에 돌아오는 별은 처음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 같은 게 그러한 증거였다. 이러고 보면 오직 인간만이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종족 같다. 식물이나 균류는 서로가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나무들은 다른 나무들의 성장을 위해 뿌리로 양분을 전해주기도 했다. 침입자가 와서 위협을 받았을 때도 다른 식물에게 그 사실을 알려 준비하도록 도왔다. 돈이 되는 단일 작물만 재배하는 인간에게 대항하는 식물들. 우리보다 훨씬 긴 영겁의 시간만큼 지구상에 존재했던 식물들은 어떻게 해야 함께 잘 살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먹이 사슬의 맨 끝인 인간이 태어나기 전, 지구는 그 어느 곳보다 평화로웠던 게 아닐까?

​식물은 우리에게 생명을 준다. 그들 자신을 보호하려고 만든 독도 인간에게 약이 되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못나 보이는 건 인간이었다. 돈이 되는 식물은 대량으로 단일 재배하고, 돈이 안되는 식물을 가차 없이 배어내거나 태워버렸다. 돈이 되는 나무는 베어지고 역시 일정한 공간에 가둬 단일 품종으로 키워졌다. 그러나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것도 있었는데 바로 균류다. 식물도 동물도 아닌 균류.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조용히 지구의 대부분의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인간의 몸에도 번식할 수 있는 균류(무좀과 같은 피부병)는 우리를 썩게도 하지만 그것이 없다면 인류는 이미 멸종되었으리라.

식물은 성장하려고 했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다양성을 일구려고 노력하는 식물들. 영원히 새로워지는 것이 목적인 식물들은 열성인자를 가진 종끼리 수정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더 나은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우리만 살면서 애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지구의 비밀에 대해. 그 장대한 역사에 대해 말이다. 그러니 훨씬 더 애쓰는 거다. 애쓰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움으로. 그토록 살고자 함은 무엇보다 삶의 소중함을 절실히 알기 때문이 아닐까?

담배는 독성이 있어 곤충들이 피한다고 한다. 그걸 좋다고 취하는 건 인간뿐. 고추의 매운맛을 새는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덕에 고추는 자기 씨앗을 널리 뿌릴 수 있다고. 대량 재배가 어려운 송로버섯은 그 때문에 가치가 치솟았고. 옥수수는 빈익빈과 부익부의 상징이라고 한다. 빈국에서 옥수수는 일용할 양식이지만 선진국에선 사료용이나 바이오 연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게다가 재배용 옥수수는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하니, 인간이 만든 건 역시나 허점이 많다.

사실 너무 많은 지식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머릿속이 뒤죽 박죽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내 뇌에게 작별을 고하겠지. 먼 훗날 내가 이런 책을 어찌 얽었을까? 할지도 모르지만, 단 한 가지 식물이 지구에 대해 훨씬 많은 걸 알고 있다는 것!! 이것만큼은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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