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뿌리를 제주 4.3사건까지 확장해 나가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세월호로 딸을 잃은 여성 인선과 그녀의 오랜 친구이자 작가인 경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경하는 인선의 집에 머물며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그 기억을 글로 옮기려 한다.
소설은 슬픔을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애도의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작품의 전반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이들의 무력감과 고통에 집중한다.
인선은 실종된 딸 초현의 방을 그대로 유지하며, 시간이 멈춰버린 공간에서 살아간다.
경하는 그런 인선을 조용히 지켜보며, 그녀가 겪은 상실을 글로 남기기 위해 고통스럽게 기억을 받아쓴다.
하지만 이들의 대화 속에서는 점차 또 다른 과거의 기억, 인선의 아버지가 겪은 제주 4.3사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인선의 아버지는 제주 4.3 당시 산으로 피신했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인물이다.
세월호에서 딸을 잃은 인선은 어릴 적에는 아버지를 국가 폭력으로 잃은 유가족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처럼 인선의 삶을 통해 두 세대에 걸친 국가폭력의 상처와 그로 인한 기억의 계승을 보여준다.
소설 속 인선은 작별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는 유가족의 슬픔과 분노를 드러낸다.
경하는 인선의 기억을 글로 남기면서, 단지 세월호 피해자들의 기록을 넘어서 제주 4.3 희생자들까지 품는 넓은 애도의 문장을 만들어 낸다.
이는 침묵당한 역사, 지워진 사람들의 존재를 다시 불러들이는 문학적 저항이자 연대의 행위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잊히지 않은 두 비극인 세월호와 제주 4.3을 겹쳐 보여주며, 기억이 어떻게 이어지고 전해지는 가를 질문하는 작품이다.
개인의 삶 속에 깃든 역사적 상처는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다.
이 소설은 그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기록하려는 시도이며 작별하지 않겠다는 말은 기억을 지우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조용하지만 깊은 연민의 기록이다.